[한경에세이] '탈것'의 변화
자동차산업이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구조적 변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로 상징되는 무역분쟁,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수요 정체와 같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 4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율주행 택시를 내년 말까지 운행하겠다고 공언했다. 2025년에는 전기차가 세계 자동차 시장의 30%를 점하고, 2050년에는 운전대가 필요없는 완전자율주행 5단계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게 된다. 우버는 이미 비행택시인 ‘우버 에어(Uber Air)’를 시범운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인도에선 공유 전동 킥보드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자동차를 대체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선 인터뷰에서 특유의 사업가적 촌평을 내놨다. “독일에서 얼마나 많은 쉐보레 자동차를 볼 수 있나. 뉴욕 5번가에는 벤츠가 너무 많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수입차에 적용해 관세를 25%까지 부과할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경제 침체로 중국, 인도 등지의 자동차 수요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내일이 불투명하다. 물론 세계일류 연구개발(R&D) 인적자원, 우수한 자동차 부품 공급망,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등 산업 기반은 여전히 단단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미래를 장담할 순 없다. 지금 움직여야 한다.

무엇보다 전기차·수소차 충전소, 자율주행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와 규제완화가 시급하다. 환경 안전 규제, 산업 육성 정책의 조화도 요구된다. 미래차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핵심소재, 부품에 대한 선제적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금융기관을 포함한 자본시장 또한 자동차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특히 자동차 부품산업이 겪고 있는 자금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건강한 노사관계 또한 중요하다.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던 미래형 모빌리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생활인으로서 ‘탈것(vehicle)’의 변화가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기다려진다. 하지만 산업계는 엄청난 패러다임 시프트를 맞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체와 회사, 인력은 도태되고 종국엔 사라졌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언제까지 우리나라 도로를 달릴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능동적 대응과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