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어떻게 국민을 보호할 것인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3년 만인 1948년 건국, 대규모 전쟁, 적대국가에 둘러싸인 ‘안보의 섬’,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에 시달리는 국가, 부존자원이 부족한 자원빈국…. 이스라엘은 여러모로 한국과 비슷하다. 그중에서도 위태로운 안보 환경이 가장 닮았다.

이스라엘은 건국 직후부터 주위 아랍 국가들과 네 차례나 전면전을 치렀다. 전 국민이 들고일어나 총력전을 벌였다. 국산 자동차도 없는 나라가 전차를 먼저 개발한 저력이 여기에서 나왔다. 이제는 군사위성과 첨단 미사일방어시스템, 무인기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 안보에 관한 중장기 전략을 치밀하게 세웠다.

먼저 팔레스타인의 반(反)이스라엘 정파인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 등의 전술적 위협은 첨단 무기 등 전쟁억지력으로 막고, 핵무장이 의심되는 이란의 전략적 위협은 미국과의 동맹 강화 등 외교적 지렛대로 방어하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은 자체 개발한 단거리 미사일 방어체계 ‘아이언 돔’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이버 안보 기술도 뛰어나다. 이스라엘의 사이버 안보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0년 1%에서 지난해 10%로 높아졌다. 주변 국가들과의 외교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집트 및 요르단과 수교했고,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반이란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국가적 전략이다.

경제분야 경쟁력도 남다르다. 처음에는 정부가 경제의 대부분을 주도하는 자생적 사회주의 체제로 출발했다. 이어 산업이 세계화되고 기업들이 다국적화되면서 자유시장경제로 방향을 틀었다. 우리나라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출발한 뒤 민간 주도로 고도성장을 일군 것과 닮았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그제 청와대에서 양국의 안보·경제 현안을 언급하며 “한국과 이스라엘 지도자에게는 ‘어떻게 국민을 보호할 것인가’가 도전 과제”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주변에는 레바논과 시리아, 요르단, 이란이 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관계는 중·러·북 유대와 미·일 동맹의 대결 구도로 바뀌고 있다. 국가와 국민 안전에 대한 이스라엘 대통령의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로마 격언을 새삼 떠올린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