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 상승 일시적이다
최근 몇 주 동안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이 겹치면서 침체됐던 반도체 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난달 도시바가 운영하는 일본 메모리 공장에서 발생한 정전 영향으로, 스토리지 전용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공급이 감소해 낸드 가격이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주 들어선 여러 애널리스트가 D램의 현물 가격 상승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리서치의 마크 뉴먼 애널리스트는 지난 11일 리포트에서 D램의 현물 가격이 직전 이틀간 3.8% 올랐다고 했다. 이틀 동안 오른 가격으론 2018년 초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D램 가격이 과거 1년간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이런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D램의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54% 떨어졌다.

최근의 가격 반등에는 또 다른 예상 밖의 사건이 기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갈등을 배경으로 일본은 한국에 반도체 주요 재료의 수출 규제를 발동했다. 이에 따라 세계 양대 D램업체인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능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日 수출규제 등이 가격 올렸다

이런 역학관계는 미 반도체 제조업체에 순풍이 되고 있다. 반도체 대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웨스턴디지털 모두 이번주 주가가 10% 이상 급등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해 줄어든 D램 판매의 구멍을 메워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바와 합작해 공장을 운영하는 웨스턴디지털은 정전으로 생산이 정체되긴 했지만,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낸드 가격이 상승해 상쇄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블랙스완(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사건이 일어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현상)적 전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일본 전자업체와 한국 반도체업체들의 상호의존성을 감안하면 한·일 정세는 특히 유동적이다. 한국 기업들이 계속 일본에서 반도체 재료를 수입할 수 있지만 그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며 최대 90일의 지연이 생길 수 있다. 일본이 승인 과정을 얼마나 오래 끌지, 아니면 이 분쟁을 빨리 해결할 수 있을지 아직 아무런 징후도 없다.

재고는 여전히 과잉 수준이다. 마이크론의 최신 보고에는 151일분의 재고가 있다고 적시됐다. S&P500캐피털IQ에 따르면 이는 과거 5년간 이 회사의 평균보다 60% 이상 많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재고는 83일분, SK하이닉스는 105일분으로 각각 작년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수요가 뒷받침돼야 본격 회복해

수요도 불투명하다. 조사업체 가트너와 IDC는 11일 2분기 PC 판매가 예상외로 올라갔다고 보고했다. 다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설비 투자는 1분기에 크게 둔화됐다. 많은 애널리스트는 다음주 나올 2분기 결산 보고에서도 같은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지프 무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11일 리포트에서 ‘공전의 수급 갭’이 반도체업계에 계속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급 혼란은 단기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수요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업계 전망이 밝다고 볼 수 없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댄 갤러거·재키 웡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가 ‘Memory Boost Unlikely to Last’란 제목으로 쓴 칼럼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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