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포퓰리즘에 적자 느는 한전
EERS 활용해 정부보조 늘리고
탄소배출도 줄여 경쟁력 찾아야

최기련 < 아주대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
[시론] 에너지효율향상, 韓電 홀로서기 돌파구

올여름 두 달간 가구당 월평균 1만원 수준의 전기요금 감면이 있을 것 같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약 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소위 ‘냉방 복지’에 대해 작년에 호의적이었던 국민여론이 올해는 달라진 것 같다. 한전의 경영악화에 따른 더 큰 국민 피해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2017년 5조원의 영업이익을 본 한전은 작년에 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 1분기 영업손실도 8000억원에 가깝다. 이런 추세라면 올 한 해 4조~5조원대의 영업손실이 우려된다. 관계사를 제외한 한전만의 손실(별도회계)을 계산하면 두 배쯤 커진다. 탈원전과 석탄발전 감축 탓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심상찮다.

이런 상황에 소액주주 단체는 누진제 완화 등에 대한 한전의 결정을 고발했다. 이는 전력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측면도 있다. 이런 사회적 합의는 오래 걸린다. 정부의 이념, 이해당사자들의 탐욕, 정치화된 전문가그룹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전과 우리 전력산업은 경영악화를 면치 못해 결국 국민 부담거리로 전락할 것인가.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창의적 경영전략을 도출해야 한다.

첫째, 장기 전력수급계획 등 정부 정책의 단순 집행대리인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력시스템 전반에 걸친 세계 최고 수준의 과잉(?) 투자를 통해 축적한 시설과 기술을 활용, 해외시장에서 이윤창출을 꾀해야 한다. 발전 방식별로 만연한 집단이기주의를 철폐하고 전력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제고해야 한다.

둘째, 독과점 공기업으로서 수용해야 하는 정부의 공익규제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주요 공익규제 항목인 가격규제는 그 반대급부인 ‘총괄원가보상’ 제도에 따라 한전의 이윤을 원칙적으로 보장하지만 여기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다. 지난해 누진제 완화에 따른 한전의 손실은 약 3600억원에 달했는데 정부 지원은 35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따라서 국민 세금으로 이뤄지는 정부 보상에 대한 기대는 낮추고 기후변화대응, 설비수출 등 공익역할을 강화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전력가격 인상의 한계를 인식하고 효율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부 학자들은 가격인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력가격 완전자유화가 불가능한 우리 현실에서는 그렇게 볼 수 없다. 가격을 조정해 기존 수요행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신규 수요 조정만이 가능하다. 따라서 신규 수요관리를 효율화해 추가 이득을 확보할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예컨대, 정부가 에너지업체에 효율향상 목표를 부여하는 ‘에너지효율향상 의무화제도(EERS)’를 활용하면 신규 수요 감축을 꾀하는 동시에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공익기여의 대가로 정부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한전은 작년부터 800억원대의 EERS 투자를 통해 전기 판매량의 0.15% 의무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EERS를 전력 공급방식의 하나로 공인한 미국에서는 2015년 18%의 전력공급 절감을 이룬 데 이어 2030년 33%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에너지 효율향상이 온실가스 감축능력의 39%를 담당, 신재생(30%) 연료대체(11%) 등에 비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협의해 EERS를 전력 공급방식에 추가하고, 정부보조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ERS 목표를 지금의 10배가 넘는 1% 이상으로 높인다면 그 효과는 신재생 실제 발전량의 2배 수준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목표를 높일수록 전력체계 안정성과 환경 측면의 이득도 커진다. 2030년 에너지전환정책 추가부담이 140조원 수준이라는 연구결과에 비춰보면 한전은 신재생 투자 절감 기여 등으로 약 50조원의 EERS 보조금 수령자격이 생긴다. 지구온난화로 전력시스템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EERS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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