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콘 아이스크림 담기의 매직

아이스크림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아이스크림은 항상 콘 또는 컵 위에 수북이 담아 준다. 좀 더 큰 용기나 콘을 사용할 수 있는데도 굳이 작은 용기에 넘치도록 담아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려 손에 묻는 일이 많다. 이렇게 아이스크림을 넘칠 정도로 담아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인지적 편향성을 고려한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다.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이 아이스크림을 가득 담아주는 이유를 규명한 실험이 있다. 아이스크림 용량에 따라 우리가 어떤 편향성을 갖게 되는지를 확인해준 실험이다. 연구팀은 소비자에게 아이스크림을 두 가지 형태로 제시했다. 하나는 5온스 용량 컵에 7온스가량의 아이스크림을 담아 판매했고, 다른 하나는 10온스의 커다란 컵에 아이스크림을 8온스 정도만 채워 판매했다.

[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콘 아이스크림 담기의 매직

분명 10온스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이 5온스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보다 1온스가량 많다. 따라서 10온스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에 더 많은 값을 치러야 합리적이다. 그런데 이 두 아이스크림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보여줄 때 소비자들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실험 참가자는 실제 양은 더 적지만 외관상으로 더 많아 보이는 5온스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에 더 많은 가격을 지급하겠다고 답했다. 5온스 컵 아이스크림은 2달러26센트를, 10온스 컵 아이스크림은 1달러66센트를 내겠다고 답변한 것.

많은 행동경제학자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의 차이에 기인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아이스크림을 하나만 제시하고 지급 의사를 묻는 것은 절대평가 방식이고, 두 가지 아이스크림을 함께 제시하고 지급 의사를 묻는 것은 상대평가 방식이다.

사람들은 절대평가에서 직관적으로 쉽게 가늠할 수 있는 부분에 의존해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이스크림의 경우 컵 위에 수북이 담겨 있는 모습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비교 대상이 함께 주어지는 상대평가에선 평가 대상에 대한 좀 더 면밀하고 세심한 비교 작업이 수행된다. 이 때문에 절대평가와는 다른 선택과 행동이 유발되는 사례가 많다.

사람들은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과정에서 다른 기준을 사용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특정 대상을 평가할 때는 평가하기 용이한 부분이 있고 상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런데 절대평가에선 상대적으로 비교하기 쉬운 부분에 의존해 결론을 내리는 경향이 더 크다. 이에 비해 상대평가에서는 비교군을 통해 좀처럼 비교하기 어려운 여러 측면을 비교 관찰하게 된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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