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요소를 놓치고 엉뚱하게 일을 풀어가는 사람은 “요령이 없다”는 끌탕을 듣는다. 문제를 푸는 열쇠, 사안의 핵심을 일컫는 말이 요령(要領)이다.

글자 要(요)의 초기 꼴은 잘록한 허리를 가리킨다. 허리는 몸의 위와 아래를 잇는 곳이다. 따라서 매우 중요하다. 그를 강조하다 결국 ‘핵심’에 가까운 의미도 얻었다고 본다.

다음 글자 領(령)은 흔히 ‘옷깃’의 새김이 강하다. 그러나 본래는 목의 지칭이다. 허리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목이다. 몸과 머리를 잇는 곳이기 때문에 중요성은 허리를 넘어선다.

따라서 요령(要領)의 본래 새김은 ‘허리와 목’으로 푸는 게 맞다. 유교 경전인 《예기(禮記)》에 ‘허리와 목을 보전하다(全要領)’는 표현이 나오는 점으로 봐도 그렇다.

나중에 사람 신체와 관련있는 부수를 붙여 腰(요)라는 글자로 분화하지만, 要(요)는 ‘중요하다’의 새김을 확실히 얻었다. 우선 重要(중요)라는 단어 자체가 그렇고, 緊要(긴요) 要綱(요강) 要因(요인) 要人(요인) 要員(요원) 要衝(요충) 등의 단어도 있다.

領(령)은 원래 새김인 ‘목’에서 ‘머리’, 한 걸음 더 나아가 목 아래를 가리는 옷깃의 의미를 얻었다. 남의 눈에 먼저 띄는 곳이다. 그로부터 이끌어낸 뜻이 ‘이끌다’ ‘대표하다’ 등이다.

따라서 ‘요령’은 사안의 핵심, 더 나아가 국면을 좌지우지할 대표적인 요소 등을 일컫는 말로 자리잡았다. 이는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제대로 세워 중심을 잘 잡으려는 한자 세계 특유의 사고를 담고 있다.

사물의 근간을 형성하는 綱(강)과 紀(기), 經(경)과 緯(위) 등이 다 같은 흐름에 속한다. 뿌리와 가지를 일컫는 본말(本末), 중심과 주변을 지칭하는 강목(綱目) 등 조어(造語) 행렬 역시 그런 사고의 소산이라고 볼 수 있다.

경기 위축에 일본과의 마찰이 가세했다. 우리의 위기 국면이 깊어지는 추세다. 무엇이 뿌리이자 핵심인지 그리고 어디가 곁가지며 주변인지 그 경중(輕重)을 잘 헤아려 대응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부를 수 있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