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실사영화로 또 한번 변주한 디즈니 '라이온 킹'
1994년 극장용 2차원(2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디즈니의 ‘라이온 킹’은 처음엔 ‘과연 되겠나’ 싶은, 눈총받던 작품이었다. ‘라이온 킹’ 이전까지 디즈니는 우화나 동화 같은 원전이 있는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왔다. 회사 창립 이래 최초로 오리지널 스토리를 창작하기로 결정했는데, 하필 흥행 사례가 없는 동물 이야기라는 점에서 많은 이가 ‘라이온 킹’의 미래를 걱정했다고 한다.

‘라이온 킹’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를 잃은 채 왕국에서 쫓겨난 어린 사자 심바가 도망자의 삶을 살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새로운 정글의 왕이 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성장담은 고전의 영웅 스토리와 닮아 있다. 주인공의 고뇌와 갈등을 진지하게 담아낸 ‘라이온 킹’의 차별화된 스토리 완결성에 관객은 높은 평점을 줬다. 여기에 압도적인 스케일로 담아낸 아프리카 대자연의 풍경,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석권한 한스 짐머와 엘튼 존의 음악까지, 보는 즐거움에 듣는 즐거움이 더해진 ‘라이온 킹’은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고 세계적인 흥행작으로 우뚝 선다.

주목해야 할 것은 종전의 모든 기록을 새로 쓴 ‘라이온 킹’의 저력이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라이온 킹’은 요즘 화두인 콘텐츠의 지식재산권 활용가치의 진수를 일찌감치 보여줬다. 영화 개봉 3년 뒤인 1997년 ‘라이온 킹’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초연돼 새로운 플랫폼으로 관객과 다시 만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20년 넘도록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뮤지컬 ‘라이온 킹’은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중 하나로, 20개국 100여 개 도시에서 95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히트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오늘도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이온 킹’은 지금까지 총 81억달러, 한화로 9조원 넘는 흥행수익을 기록했다. 이는 TV, 영화, 뮤지컬 등 엔터테인먼트산업을 통틀어 역대 최고 기록이다. 1994년 애니메이션이 기록한 7억6000만달러 흥행의 열 배가 넘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지식재산권을 통해 얻고 있는 것이다.

원천 콘텐츠의 활용법에 관한 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컴퓨터그래픽(CG) 등 영화 기술의 발전이 뒷받침되면서 할리우드의 스튜디오들은 이미 보유한 자산의 새로운 활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중 디즈니는 1990년대 자신들의 히트 애니메이션을 높은 수준으로 발전한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활용, 실사 영화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그 결과물이 작년부터 차례로 개봉해 ‘미녀와 야수’ ‘알라딘’이 한국에서만 각각 500만 명, 1000만 명에 육박하는 흥행 기록을 세우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 디즈니 실사 영화 프로젝트의 야심작 ‘라이온 킹’이 새롭게 관객을 맞는다.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영화 ‘아이언맨 1, 2’와 ‘정글북’의 연출을 맡은 존 파브로 감독이 어떻게 새로운 세계를 그려낼지 기대가 크다. 놀라운 기술력으로 완성한 볼거리, 비욘세가 참여한 OST 등 새롭게 준비한 차림 또한 화려해 보인다. 적극적인 지식재산권 개발로 제2의 전성기를 스스로 개척 중인 디즈니를 보면 한국 콘텐츠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이 절로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