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방탄 이코노미'
일본의 경제 보복 공세에도 불구하고 한국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일본 내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지난주 공개된 방탄소년단의 10번째 싱글 앨범 ‘라이츠/보이 위드 러브’가 선(先)주문 100만 장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일본 내 음반 판매 집계 사이트인 ‘오리콘 차트’의 주간 합산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싱글 판매 첫 주에 비(非)일본 가수가 세운 역대 최고 기록이다.

순회 콘서트 열기도 뜨겁다. 지난 6, 7일 오사카에서 펼친 공연에 10만 명이 몰려 객석을 가득 메웠다. 오는 13, 14일 시즈오카 공연 티켓 10만 장도 매진됐다. 오사카 공연 실황은 공중파 방송인 니혼TV의 생중계를 탔다. 정부 주도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칼날이 방탄소년단 앞에서는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방탄소년단 열풍은 미국 음반 차트까지 휩쓸고 있다. 10일 발표된 ‘빌보드 200’ 메인 앨범 차트에 3개 앨범이 동시 진입했다.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한 게임의 ‘BTS 월드 OST’도 진입 첫 주 72위를 기록했다. 음원과 방송·공연만이 아니다. 최근 선보인 방탄소년단 게임 ‘BTS 월드’는 51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게임 1위에 등극했다. 110여 개국에서는 톱5에 올랐다. 국산 게임으로는 최고 성적이다.

이들은 국민은행의 ‘KB×BTS 적금’을 비롯한 금융상품과 화장품, 의류, 관광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세계 수천만 명의 팬이 가진 온라인 전파력과 구매력을 접목하면서 광범위한 ‘팬덤 경제’를 일궈내고 있다. 국내외 언론에 ‘방탄 이코노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방탄소년단의 경제 효과를 연간 5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2023년까지 총 56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돌 그룹 하나가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5개와 맞먹는 위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방탄 이코노미는 새로운 ‘K팝 경제’의 시작”이라며 방탄소년단을 ‘21세기 비틀스’라고 불렀다.

이들의 힘은 일본의 경제 보복 파장을 누그러뜨리는 ‘방탄 효과’처럼 국가 간 긴장을 해소하는 데도 한몫한다. 정치권이 점화한 ‘하드 파워’의 불꽃을 부드러운 ‘소프트 파워’의 물결로 진화하는 방탄소년들의 풋풋한 모습이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