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위원·항목별 점수 비공개
공정성·합리성 판단 근거 없어

정의진 지식사회부 기자 justjin@hankyung.com
[취재수첩] 자사고 폐지 논란 자초한 비공개 평가

서울교육청이 9일 자율형사립고 13개 학교 중 8곳을 무더기로 지정 취소하면서 재지정 평가의 절차적 정당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평가위원 공개 여부를 두고 얘기가 많다. 20명의 재지정 평가위원은 개별 학교의 평가 점수를 심의해 사실상 재지정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졌다. 자사고 학부모들은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깜깜이 행정’이라고 비판한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지정 평가위원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평가위원을 공개할 경우 평가위원 개인에 대한 신상털이 위험이 있다”며 “(신상털이로 인한) 평가의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주 상산고와 안산 동산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 중인 전북교육청과 경기교육청 역시 같은 이유로 평가위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조 교육감은 “법률 자문까지 받았다”며 비공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평가위원 비공개 방침은 법 뒤에 숨어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평가위원은 수천 명의 자사고 재학생과 학부모, 자사고 입학을 고려하는 중학생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개인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다수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대해 판단하는 위원의 책임감을 높이고 판단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맞다”며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을 경우 개별 위원들이 오히려 소신껏 하지 못하고 결정권자의 눈치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이 명분으로 내세운 신상털이에 대한 우려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적 현안을 판단하는 위원회 위원은 대부분 공개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의 행정학과 교수는 “모든 위원회는 명단 공개가 원칙”이라며 “자사고보다 훨씬 첨예한 이슈와 관련해서도 우리 사회는 위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교육청은 평가위원 외에도 항목별 평가 점수를 비공개해 빈축을 사고 있다. 평가를 받은 자사고들은 총점과 6개 영역별 점수는 통보받았지만 각 영역에 속하는 항목별 점수는 알지 못한다. 서울교육청은 “영역별 점수와 함께 개선 방향을 자세히 서술해 지침을 내렸다”고 설명했지만 학교들은 이유도 제대로 모른 채 자사고 지위를 잃을 상황에 처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 취소를 발표하면서 “평가는 공적 절차로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평가위원과 항목별 평가 점수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국민이 무슨 근거로 공정성과 합리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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