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석 노동전문위원
[전문위원 칼럼] 최저임금委 혼선·편법 언제까지

2020년 최저임금 결정이 데드라인에 몰렸다. 법정 고시일은 다음달 5일이지만 이의제기 기간 20일을 빼면 오는 15일까지 마쳐야 한다. 시한 내에 결정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제시한 내년 최저임금 인상 요구안 사이의 폭도 여전히 크다. 근로자·사용자위원 간 이견을 절충하는 공익위원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정부 계획대로라면 진즉 폐지됐어야 한다.

올초 국회에 제출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노사교섭 방식에서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결정구조를 이원화한다.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가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인상 범위를 정하면 결정위가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노사 대립으로 최저임금 심의가 파행을 매년 거듭하는 것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공익위원 변칙교체·편향성 논란

현재 국회 계류 중이지만 통과는 불확실하다. 정부는 ‘법안 미처리로 내년 최저임금은 기존처럼 결정하지만 법안 조속 처리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원칙론을 되풀이하지만 정작 정치권은 별로 관심이 없다.

정부는 개정안 처리 불발로 최저임금 심의가 늦어지자 공익위원 전원 교체라는 변칙적 카드를 꺼냈다. 2018년 위촉해 법정임기 3년 중 2년이 남은 공익위원 전원이 지난 5월 돌연 사퇴한 것이다. 고속 인상을 주도해온 공익위원들을 그대로 두면 정부 부담이 클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달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 9명이 위촉되고서야 심의가 겨우 시작됐다.

가뜩이나 지각 출발한 위원회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공익위원들의 편파성 문제다. 최저임금위 심의 과정에서 경영계는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요구했고 근로자위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결국 지난달 26일 표결에 부쳐졌는데 전체 27명 위원 중 17명 반대로 부결됐다. 사용자위원 9명과 근로자위원 9명이 찬반으로 갈렸다고 보면 공익위원 9명 중 8명은 근로자 편을 들었다는 분석이다. ‘공익위원이 아니라 노익위원’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잘못 끼운 첫 단추 바로잡을 때

경영계가 반발하자 최저임금위는 제도개선전문위원회라는 카드를 꺼냈다. 통계조사도 미흡한 만큼 내년 최저임금은 현행대로 결정하고 하반기 제도개선전문위를 구성해 업종별 구분 적용 방안을 꼭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곁들였다. 이에 따라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위 복귀 의사를 밝혔지만 소상공인 단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9일 경영계 공동기자회견에도 불참할 정도였다. 영세사업자가 많은 음식숙박업은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43.1%나 된다. 이들을 고용한 사업주는 지금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대상인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구분 적용을 추후 검토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는 게 소상공인단체의 인식이다.

제도개선전문위가 실제 구성될지도 의문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행 최저임금위는 없어진다. 이행 주체가 사라지는 마당에 약속이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최저임금위의 잇단 혼선과 파행 원인은 잘못 끼운 첫 단추라는 것이 각계의 시각이다. 지난 대선 때 후보 전원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제시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속도였다. 적정 속도의 인상 방안을 고민하고 과속 인상에서 비롯된 혼란을 바로잡아야 하는 지금, 공익위원들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서는 곤란하다.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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