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25억 명이 사용할 페이스북 코인
블록체인 기술도 거래활동의 신뢰 보증
우물쭈물하다 변화의 쓰나미 맞을 수도

박수용 < 서강대 교수·컴퓨터공학 >
[전문가 포럼] 페이스북 코인은 '디지털 달러' 될까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출신 영국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화폐의 탈국가화’를 주창했다. 하지만 경제적 자유를 위해선 국가가 시장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대다수의 다른 학자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50년이 지난 지금, 그의 ‘탈중앙화’ 이론은 신자유주의 시대상과 맞물려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이 나오면서 그의 이론이 실현 가능해졌다. 그 첫 번째 실체가 비트코인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비트코인이 나온 이후 현재까지 발표된 암호화폐(가상화폐)는 1500개 정도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코인을 제외하면 대부분 화폐로 쓰이거나 거래가 될 정도의 영향력은 거의 없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비트코인도 원화나 달러를 쓰듯 실생활에서 사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일부 상점 등에서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사례가 있지만 아직은 처리 속도가 느리고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도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약 25억 명의 회원을 보유한 페이스북이 ‘리브라’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해 세계인에게 특정 국가에 얽매이지 않는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소식은 암호화폐 관련 기업뿐만 아니라 금융 서비스 기업, 플랫폼 기업 사이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페이스북 단독으로는 하기 어렵다. 이에 페이팔 비자 마스터카드 같은 세계적인 금융결제 서비스 기업, 이베이 우버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 등 20여 개 기업이 연합하는 형태로 추진한다고 하니 이 연합체의 규모와 참여 기업이 얼마나 확대될지도 관심이다.

리브라는 비트코인과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고, 리브라는 ‘디지털 달러’라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미리 짜인 프로그램에 따라 한정된 수량이 발행되도록 정해져 있다.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불편함은 있으나 최초의 암호화폐로, 세계 대부분의 사람이 신뢰하는 암호화폐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코인이다. 리브라는 블록체인 기술뿐 아니라 페이스북이 코인의 신뢰를 보증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믿는다면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 페이스북 사용자들과 편리하고 간편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정보를 쉽고 간편하게 전달하는 서비스를 넘어 경제활동도 쉽고 간편하게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에 따라 160달러였던 페이스북 주가는 리브라 발표 이후 188달러까지 올랐다. 리브라를 향한 관심은 여러 가지 시선으로 갈라져 표출되고 있다.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발행이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발돋움이라는 평가와 기존 시스템을 무너뜨려 혼란만 야기할 것이란 비판으로 나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뒤라서 사생활 보호에 관한 우려와 걱정의 시선이 혼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가 발표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 리브라가 일상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리브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지금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그 변화는 생각보다 크고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면서 스마트폰 세상이 시작된 지 10여 년이 지났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 휴대폰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하던 노키아는 아이폰의 혁신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채 시장에서 도태되기까지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이처럼 디지털 세상의 변화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암호화폐를 사기(詐欺)로 규정해야 할지, 새로운 혁신 산업으로 규정해야 할지 또 기업의 사업모델에 암호화폐를 반영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갑론을박하는 동안에도 변화의 쓰나미는 우리가 생각지 못할 만큼 큰 규모와 속도로 몰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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