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외국인 근로자 100만 명 시대의 최저임금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공장을 못 돌리는데 인건비는 내국인보다 더 들어요.” 중소기업인들의 하소연이다. 어렵기는 농어촌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먹여주고 재워줘야 한다. 최저임금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는 농업 부문에서 가장 피해가 크다.” 지난 3월 국회에 출석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진단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업계의 외국 인력 신청률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가장 큰 이유는 늘어난 인건비 부담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상 외국인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숙식은 현물(現物)이어서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월급은 내국인과 같은 수준인데 숙식까지 제공하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가 더 드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제수당을 포함한 외국인 근로자의 월평균 인건비는 231만5000원이었다. 최저임금 174만5000원에 57만원의 부대비용이 추가된 셈이다. 돈 벌러 왔으니 임금이 올라도 소비하기보다는 숙식비까지 아껴 대부분 본국으로 송금한다. 이들 외국인 근로자의 낮은 소비 효과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도 거리가 멀다.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는 90만 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불법체류자까지 감안하면 외국인 근로자 100만 명 시대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미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없다면 당장 공장과 농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만큼 산업생태계 밑바닥에서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인력시장에서 형성되는 노동의 가격이다. 국내에 들어와 단순노무직으로 시작하는 미숙련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사업주는 낮은 생산성과 최저임금 인상의 이중고를 겪어야 하는 것이다.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은 임금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지난달 19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의 높은 최저임금과 관련해 해법을 얘기했지만, 이 말은 곧장 정쟁의 이슈가 됐다. 산업현장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대안을 논의하기보다 인종차별적인 혐오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차별적으로 낮췄을 때 상대적으로 외국인 고용이 더 늘어 내국인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대체효과의 부작용을 간과한 측면은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외국인과 내국인의 (최저임금) 차별이 가능한지 여러 가지 검토해 봤는데 필요성은 있지만 현장에서 작동되려면 어려움도 있다”고 모호하게 대답했다. 현장 적용 문제에 부딪힌다면 해법은 없는 걸까.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 조항에 따라 임금의 차등 적용이 어렵다면, 외국인에게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제대로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그보다 쉬운 방법도 있다.

첫째, 고용노동부가 재작년 마련한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업무지침’을 쓸모있게 다듬는 일이다. 지침에는 숙식비에 대해 근로계약서에 명시하는 경우, 지급된 임금에서 이를 징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 노사합의 조건을 달아 유명무실한 제도로 만들었다. 최저임금법 제6조 제4항 최저임금의 효력에 지침의 내용을 추가하면 당장에 최저임금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둘째, 최저임금법의 단서조항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저임금법 제5조 제2항 ‘단순노무업무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해 고시한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감액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에 외국인 근로자를 예외로 두는 것이다. 인턴십 개념으로 취업 1년차, 2년차별로 일정 기간 10%, 20% 등의 감액이 적용되도록 하면 아르바이트생과 단순근로자의 보호를 위한 법 취지를 살리면서 실질적인 인건비 부담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작년 한 해 약 100만 명의 자영업자가 문을 닫았다. 날마다 3000개씩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외국인 차별 금지라는 보편적 가치보다 사업장부터 살리는 일이 더 시급하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는 3D 업종의 현장 목소리를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