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제조업 르네상스, '데이터 고속도로' 뚫어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을 했다. 총론적으로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총론과 각론이 겉돌게 되면 총론은 구호에 그치고 사회적 불신만 팽배하게 된다. 우측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할 때처럼 사고의 위험성만 커진다.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한 각론적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지 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우선, 우리 제조업의 현실을 살펴보면 제조업 르네상스 이전에 ‘제조업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다. 올 1분기 해외 직접투자액은 141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 대비 44.9%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방문 시 칭찬했던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도 더 이상 국내 제조업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제조업 환경이 제조업을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 입지, 환경, 세금,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제조업은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특히 강성 노동조합으로 인한 노동 경직성은 기업 혁신을 원천적으로 저해하고 있다.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의 경직성은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저마다 제조업 부흥을 외치고 있다. 제조업은 자체 부가가치의 2.9배에 해당하는 고부가 서비스산업을 창출한다. 이미 유명해진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를 포함, 다수의 글로벌 제조기업들이 해외공장을 자국으로 옮기고 있다. 소위 ‘제조업 리쇼어링’ 현상이다. 그 결과 국제 무역 규모가 15%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통계로 입증되고 있다. 원재료를 저임금 국가에 보내 제품을 만들어서 선진국에 수출하는 무역 구조가 선진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공장 노동자의 저임금보다 소비자와의 연결성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진 결과다.

이런 제조업의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읽어야 제대로 된 제조업 르네상스를 논할 수 있다. 제조업 르네상스는 공장 생산 중심의 제조업에서 소비자 수요 중심의 스마트 제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미래 제조업의 가치는 스마트 공장을 통한 원가 절감보다는 스마트 제품으로 고객과 연결됨으로써 창출되는 가치 증대에 있다. 그런데 한국의 제조업 르네상스는 생산 중심의 스마트 공장에만 치중하는 전략적 함정에 빠져 있다.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제품 혁신이 없는 제조업은 유지될 수 없다. 제조업의 미래 가치는 저(低)원가 생산이 아니라 고객 맞춤 제품에 있다.

스마트 공장과 스마트 제품은 데이터를 축적해 클라우드의 인공지능을 활용함으로써 구현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스마트 공장 대부분은 클라우드를 외면하고 있으며 스마트 제품의 70%도 불법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예측과 맞춤이란 4차 산업혁명의 지능화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스마트 공장은 단순한 공장 자동화가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최적화하는 지능화 공장이다. 스마트 제품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서비스와 결합하는 제품·서비스 융합이 중요하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네스트(Nest), 고프로(Gopro), 핏빗(Fitbit) 등 대부분의 혁신 제품들은 예외 없이 데이터를 통해 제품을 고객과 연결,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 혁명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각종 데이터 쇄국주의 규제에 숨이 막히고 있다. 데이터를 통한 지능화 혁명인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 르네상스에도 예외가 아니다. 데이터 고속도로가 있어야 제조업 르네상스로 가는 길이 열린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작년 8월 선언한 ‘데이터 고속도로’ 관련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도 안 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막고 규제를 완화해 제조업 엑소더스를 차단하고 데이터 고속도로를 뚫어 제조업 르네상스의 길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