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디지털헬스가 사회적 편익 키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의 최우선 순위는 디지털헬스산업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이번 바이오헬스 혁신전략이 ‘사람 중심 혁신성장’에 최우선 순위를 뒀다면, 디지털헬스산업은 ‘환자 중심 혁신성장’에 방점을 찍고, 국민건강 증진과 의료서비스 사각지대 해소를 통해 급변하는 인구구조에서 지속적 국가 사회보장체계 유지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정부가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을 통해 디지털헬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현행법 안에서 디지털헬스 상품을 수가화해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환영할 만하다. 다만, 정책의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바이오와 디지털헬스를 분리해 바라보고, 관련 산업계의 제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의료기기법을 감안할 때 디지털헬스는 크게 웰니스 서비스 및 기기, 하드웨어 기반 의료기기, 서비스 기반 의료기기로 구분할 수 있다. 융합 신산업인 만큼 각 영역의 특성을 고려해 세분화된 기준을 세우고, 표준산업분류에 반영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 글로벌제약펀드, 정보통신기술(ICT)펀드처럼 정부가 ‘디지털헬스 전용펀드’를 조성해 경제 활력과 산업 육성의 마중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전국민건강보험을 시행 중인 우리나라의 경우 최대 지불자인 정부가 디지털헬스 수요를 만들 필요가 있다.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의 대응은 발 빠르다. 미국은 공보험인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를 통해 디지털헬스에 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 역시 초고령사회 타개책으로 커뮤니티케어와 디지털헬스의 제도권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40%를 넘어섰다. 정부가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계획대로 추진하려면 가치기반 진료를 통해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이끌어 진료비의 가파른 증가세를 완화해야만 한다. 국내 민간정책연구단체인 창조경제연구회는 디지털헬스 도입 시 2030년에 의료비 50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각국의 디지털헬스 도입 움직임과 관련 연구들도 정부가 디지털헬스 수요를 만드는 데 들이는 비용보다 사회적 편익이 훨씬 크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는 이번 혁신전략에서 디지털헬스 수요 창출을 위한 시장진입 지원정책을 제시했다. 현재 디지털헬스는 유헬스케어(IT를 활용한 원격의료서비스) 의료기기로 인증을 받아도 원격진료용으로 허가돼 수가를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제한적 행위코드를 확대하고, 경우에 따라 치료재료코드에 포함시키는 등 보험급여정책의 혁신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필요하다면 비급여를 적용해서라도 디지털헬스를 제도권에 편입시키려는 정책적 노력을 기대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과 이번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구성된 ‘융복합 혁신제품 지원단’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보건복지부 내 디지털헬스 전담부서 신설과 관련 부서의 유기적 대응도 시급해 보인다. 식약처 내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정책 실행을 조정해야 하는 부처가 실패에 대한 우려로 업무 추진에 소극적이지 않도록 공직사회에 대한 배려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혁신전략에 앞서 발표된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의 경우 혁신전략에 비해 보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아쉽다. 모두를 만족시키기 힘드니 보수적으로 작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웰니스 활성화라는 가이드라인의 애초 취지를 고려해 정부가 각 사례들을 전향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