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영화 '기생충'으로 본 냄새의 심리학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은 빈부의 양극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워지지 않는 가난의 체취에 대한 혐오적 무시가 잠재해 있던 폭력을 일으킨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이란 외부 상황과 우리를 연결하는 다섯 가지 채널을 말한다. 이런 오감의 감각 능력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특히 후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타인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우울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기억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기억장애에 후각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영장류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후각 수용기 유전자’는 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진화 과정에서 코가 점점 짧아지고 눈이 얼굴 중간으로 이동하면서 시력은 점차 강화되고 후각은 약해졌다. 직립보행을 하면서 코가 땅에서 멀어지게 돼 후각 기능은 중요하지 않게 됐다.

쥐는 약 1300개의 후각 유전자를 갖고 있고 그중 1100개가 기능을 다 하지만, 인간은 1000개의 유전자 중 350개 정도만 기능한다.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는 후각 유전자 수가 부족하지만 놀라울 정도의 후각 능력을 갖고 있다. 인간이 지닌 후각 수용기는 수가 적을지 몰라도 후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 들어온 후각 정보는 대뇌변연계에 전달되는데, 이는 사람의 기억, 기분, 행동, 감정을 조절하는 중요 부위다. 뇌에서 가장 오래되고 원초적인 영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냄새는 변연계를 통해 기억이나 기분, 감정 등에 영향을 준다.

또 냄새는 안전과 위험을 알려주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고 안전한 환경임을 파악하게 할 뿐 아니라 체취로 인해 좋아하는 짝을 찾고 사랑 행위까지 이어진다. 냄새는 위험을 알리는 공포정서를 점화시켜 이를 피하게 하는 데 작용하기도 한다. 썩은 냄새를 맡으면 먹을 음식이 아니거나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하면서 이를 피하려는 행동적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더 나아가 냄새는 상대를 적으로 생각해 혐오를 만들고 공격이나 폭력행동까지도 일으키게 한다. 아돌프 히틀러는 유대인을 학살하는 독일군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화장실을 적게 만들었다고 한다. 3만2000명을 수용했던 한 포로수용소는 화장실이 한 개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배설물로 더럽혀진 유대인들에게는 악취가 진동했고, 유대인에 대한 혐오가 더 강하게 작용해 독일인은 그들을 죽이는 것에 대한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냄새는 빈부에 따른 계층 차별의 단서가 되기도 한다. 조지 오웰은 1939년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란 소설에서 “우리가 배운 것이 이것이다. 결국 서민층은 냄새가 난다. 그 냄새는 도저히 통과할 수 없는 벽과 같다/…/ 인종차별, 종교차별, 학벌이나 기질, 지성, 심지어 도덕적 기준의 차이는 극복되더라도 악취에 대한 거부감은 극복할 수 없다”고 썼다.

악취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이 가난과 겹쳐질 때 그런 거부감에 직면한 서민층의 경우 내재한 공격성이 즉각 표출될 수 있다. 가난이란 자신의 노력에 따른 내생적 결과라기보다는 외생적 결과물일 수 있다. 가난으로 인한 거부나 차별을 받는 것은 적개심을 유발시킨다. 특히 ‘가난의 냄새’에 대한 거부감이나 멸시는 원초적인 뇌 부위, 즉 인간의 가장 동물적인 감정 부분을 건드리게 된다. 그래서 공격이나 폭력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

부(富)의 분배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의 약한 고리다. 자본주의는 경쟁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은 피할 수 없더라도 이로 인한 양극화의 심화는 단순히 경제원리로만 접근할 수 없다. 영화 ‘기생충’은 양극화를 제어할 수 있는 경제·사회복지 정책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의 심리를 보듬어 줄 수 있고, 그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담론과 정책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