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용
김창용
‘꿈의 무선 통신망 LTE 4G, 오늘 새벽 열렸다.’ 8년 전 4세대(4G) 이동통신 시대 개막을 알렸던 신문의 헤드라인이다. 4G의 등장은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앤비 등 모바일 서비스 기업을 탄생시켰다. 통신 인프라는 산업의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이동통신은 소프트웨어(SW)와 융합해 4차 산업혁명에 더욱 불을 지필 것이다. 5G가 주목받는 것은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이란 특성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클라우드 등의 SW와 융합해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산업과 서비스를 탄생시킬 수 있는 파급력 때문이다.

5G 최초 상용화는 우리 스스로가 만든 절호의 기회다. 5G를 기회로 우리가 잘할 수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찾아야 한다. 빨리 성공사례를 만들어 산업의 패러다임을 주도적으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 5G를 기반으로 AI, IoT, VR·AR 등 SW를 제조, 조선 등 강점 산업에 접목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디지털 헬스,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스마트빌딩 등 우리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미래 유망산업을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

작업장이 넓고 복잡한 구조물이 많은 조선소에 5G 기반으로 통신 플랫폼을 구축하고 AI, IoT, 학습데이터와 융합시키면 지능형 안전관리·선박건조·운항관리가 가능하다. 조선·해양 같은 우리의 강점 산업에 5G, SW가 결합하면 글로벌 경쟁우위를 확고히 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도 한국인·동양인에 맞는 AI 기반 정밀의료 서비스는 물론 응급현장과 구급차, 병원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신속하게 처치할 수 있는 5G 기반 응급의료시스템을 선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복잡한 연산을 5G에 연결된 클라우드에서 하도록 컴퓨팅 방식을 바꾸면 자동차에 고성능의 비싼 컴퓨터를 탑재하지 않고도 안전하고 저렴한 신개념 자율주행차를 만들 수 있다. 5G는 기존에 하지 못했던 혁신적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며 우리 정보통신기술(ICT)·SW 기업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5G를 기반으로 AI, IoT 등을 제조업 같은 강점 산업에 융합하면 ‘제조업 최강국’도 가능하다.

5G 전후방 산업 시장 규모는 2026년 1조달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을 ‘5G 실험장’으로 조성해야 한다. 5G를 기반으로 SW가 융합된 혁신적 서비스가 쏟아질 수 있도록 우리나라 온 국토가 5G 신산업의 테스트 베드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세계 최초’에 안주하기에는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고 경쟁국도 많은 ‘디지털 정글시대’다. 5G 시대에는 ‘빠른 추격자’가 아니라 ‘시장 선도자’가 돼야 한다. 추격자가 될 것인가, 선도자가 될 것인가는 AI를 비롯한 SW 융합에 달려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세계 최초’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한 열쇠는 바로 SW 융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