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을 전면 물갈이하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재출발한 최저임금위원회가 또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그제 열린 회의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안이 부결되자 사용자 위원들이 집단퇴장해 내년 최저임금 결정 절차가 멈춰섰다. 법정시한(27일) 내 최저임금 결정은 무산됐고, 사용자 측이 “추가 논의가 무의미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찬성 10표, 반대 17표로 부결됐다. 각각 9명인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9명의 공익위원이 대부분 노조 측 손을 들어준 결과다. 하지만 사용자위원들은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관행”이라는 부결의 변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법이 다양한 사회경제적 여건을 반영한 차등적용을 허용하고 있는데도 ‘관행’이라는 말로 뭉개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사용자 측 주장은 일리가 있다. 최저임금법 제4조는 ‘사업종류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허용하고, 최저임금위원회가 세부내용을 심의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낙인 효과’ ‘통계 인프라 부재’와 같은 노동자위원들의 차등적용 반대 주장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제주도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서울의 67%에 그치는 현실에서 ‘낙인 효과’에 대한 과도한 염려는 불필요하다. 좁은 국토와 발달한 IT(정보기술)를 감안할 때 ‘임금 통계 확보가 어렵다’는 변명도 궁색하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차등적용이 시행되고 있는 데다, 임금은 생산성과 호응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반대 명분은 약하다.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은 ‘차등 적용 요구’가 수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생존투쟁이라는 점을 더 숙고해야 할 것이다. 나날이 추락 중인 경제지표들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을 깎아도 모자랄 판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에서 차등 적용은 차선의 방안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차등적용 불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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