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병원서류도 전자문서로 발급해야
얼마 전 기획재정부가 카드결제 영수증 발급을 꼭 종이로 할 필요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놔 불필요한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을 줄일 계기가 마련됐다.

지난해 발급된 카드결제 종이 영수증은 129억 장이었고, 여기에 들어간 비용도 590억원에 달했다. 발급된 영수증을 이어 붙이면 250만1812㎞, 지구를 62.6바퀴 돌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 정도 양의 종이 영수증을 발행하기 위해 매년 33만4400그루의 나무가 베이고, 물 15억7000만L가 쓰인다. 영수증을 발행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5만5000t에 이른다.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환경오염의 원인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오래전부터 소비자단체들은 실손보험 등의 보험금 청구를 전자서류로 대체하자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우리가 보유한 정보통신기술만으로도 종이 영수증을 전자서류로 바꿀 여건은 충분하기 때문에 망설일 이유가 없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진료비 내역 확인 및 실손보험금 청구 등을 위해 진료비 영수증과 세부내역서를 발급받는다. 연간 실손보험금 청구 건수는 3000만 건이 넘는다. 청구 서류가 건당 5장이라고 가정하면, 보험금 청구 목적으로만 1억5000만 장 넘는 서류가 매년 인쇄되는 셈이다. 그 크기와 두께도 카드 영수증에 비해 훨씬 크고 두꺼워 낭비가 더 심하다.

이제 진료비 영수증, 세부내역서 등을 전자문서로 발급해 환자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자, 이메일로 전해주는 것은 어떨까? 환자는 스마트폰으로 진료비 내역을 확인하고, 보험회사 방문 없이 휴대폰으로 바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 이게 바로 스마트한 세상의 모습 아닐까?

큰 병원에 가면 서류 발급을 위해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모습을 항상 보게 된다. 미국으로 여행 간 친구에게 방금 찍은 사진을 왜곡 없이 전송할 수 있고, 생일 축하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낼 수 있는 이 시대에 왜 우리는 기껏해야 문자 몇 개 적힌 종이를 인쇄해 몇 블록 떨어진 보험회사로 직접 가서 제출해야 하는 것일까?

윤영미 <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공동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