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반도체 수출 가격, 10개월 만에 반등…환율 상승 영향 빼면 '하락'(사진=게티이미지뱅크)
5월 반도체 수출 가격, 10개월 만에 반등…환율 상승 영향 빼면 '하락'(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반도체 수출 물가가 원·달러 환율 상승 덕에 10개월 만에 반등했다. 그러나 환율 효과를 걷어낸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지난해 초입부터 이어진 가격 하락 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수출 품목인 D램 반도체는 원화 기준 수출 가격이 10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19년 5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물가지수(2015년 100·원화 기준) 잠정치는 83.01로 전월(82.56)보다 0.6% 상승했다. 지난해 8월(-0.7%)부터 시작된 하락세가 10개월 만에 멈췄다.

반도체 수출 물가를 올린 요인은 환율이다. 5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83.29원으로 4월(1140.95원)보다 3.7% 상승했다. 이와 함께 시스템반도체(3.5%) 수출 가격이 오르고 D램 반도체 수출 가격 하락폭이 축소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환율 영향을 제거한 계약통화 기준 5월 반도체 수출 물가는 전월보다 3.1% 떨어졌다. 지난해 2월(-0.5%)부터 15개월 연속 내림세다.

주력 수출품목인 D램 반도체 수출 가격은 원화 기준으로도 0.5% 내렸다. 4월(-9.9%)보다는 낙폭이 축소됐지만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에 지난달 D램 수출물가지수는 76.7로 2016년 9월(69.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32.5% 하락했다.

또 다른 수출 주력 제품인 플래시메모리의 수출 가격도 하락했다. 2017년 11월부터 하릴없이 수출 가격이 떨어지다 지난 4월 약보합세를 나타냈으나 5월에 다시 1.5% 내렸다. 올 들어 플래시메모리 수출 가격은 12.9% 하락했다.

강창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계약통화 기준 D램 메모리 가격 하락폭은 4.0%로 4월(-10.7%)보다 하락폭이 줄었다"면서도 "저점을 찍고 올라가는 상황이 아닌 만큼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보기는 아직 무리"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함께 반도체 수출액 감소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반도체 총 수출액(통관실적 잠정치 기준)은 전년 동월 대비 30.5%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함께 하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경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추가로 관세 부가를 예고한 3250억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PC, 스마트폰이 포함되는 만큼 정보기술(IT) 경기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국 반도체 업계의 경우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단기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IT 수요 둔화 부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경제 둔화 우려가 다시 심화되고,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일시적으로 스마트폰 수요와 D램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3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직전 분기 대비 15% 하락하고, 4분기에는 9%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PC D램 ASP의 경우 3분기에는 19%, 4분기에는 11% 추가로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다. 유 연구원은 "4분기까지 가격이 하락하면 PC D램 ASP 대비 원가 비중은 과거 사이클 저점 수준인 2% 초반까지 낮아지게 된다"고 전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될 경우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존에 제시한 3.3%에서 3.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전세계 GDP 성장률과 D램 시장 성장률 간의 비례 관계를 감안해 올해 D램 수요 증가율을 기존 전망치 18.6%에서 14.3%로 4.3%포인트 하향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