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로 합병 1주년을 맞는 콘텐츠 대장주 CJ ENM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 자리를 3개월 만에 신라젠에 내줄 위기에 놓였다.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의 흥행 부진 요인 등으로 콘텐츠부문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CJ ENM '코스닥 시총 2위' 흔들
14일 코스닥시장에서 CJ ENM은 18만2700원에 마감했다. 지난 3월 12일 연중 최고가인 24만3800원(종가)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선 CJ ENM은 이후 별다른 반등 없이 내리막을 탔다. 4월 말 대비 16.53% 하락했다.

시총 3위 신라젠과의 격차는 지난 10일 3268억원에서 1주일 만에 급격하게 좁혀졌다. 이날 격차는 4억원에 불과했다. CJ ENM은 3월 12일 이후 3개월여간 시총 2위 자리를 지켜왔다.

CJ ENM의 부진 원인으로는 콘텐츠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가장 먼저 꼽힌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가 기대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은 영향이 컸다. 이로 인해 이 드라마를 제작한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고, 그 영향으로 최대주주(지분율 71.3%)인 CJ ENM 주가도 함께 떨어졌다.

옛 CJ오쇼핑과의 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의 의구심도 여전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하락이 본격화한 지난달 이후 외국인은 CJ ENM을 97억원 순매도했다.

합병 전 27~28%였던 CJ ENM의 외국인 지분율은 18%대까지 줄어들었다. 글로벌 증권사 CLSA는 CJ E&M과 CJ오쇼핑이 합병을 발표한 지난해 1월 “두 회사 간 합병 시너지가 없을 것”이라며 매도 리포트를 냈다.

다만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기훈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디어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1000억원과 관계사 넷마블 등의 가치만 반영해줘도 4조2000억원의 기업가치가 산출된다”며 “현 주가는 지나치게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