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침체 등 ‘대외 여건’이 많이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온갖 악재가 뒤얽힌 ‘국내 상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2016년 6월~2017년 11월, 연 1.25%까지 내려갔던 것에 비하면 다소 올랐다지만 기준금리는 7개월째 연 1.75%다. 여전히 저금리다. 여기서 더 인하할 때 예상되는 문제점이 자못 심각하다. 자본 이탈과 환율 불안, 부동산 투기심리 재발과 저축률 저하에 한계산업과 부실 좀비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부작용도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 때 저금리에 따른 기대효과도 명백한 만큼 부작용만 봐야 한다고 할 수도 없다. 한은의 고민이자, 우리 경제 모두의 고민이다.

최악의 조합은 포퓰리즘 기조의 확장 재정에 구조개혁이 수반되지 않는 저금리 돈풀기가 함께 추진되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경기순환적 요인 때문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 생산성과 달리 가는 임금 문제를 비롯해 유연성은 찾아보기도 힘든 고용·노동시장의 모순 정책들, 기업·경영의 기본원리를 무시하는 법 체계, 후진적 규제행정 등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장애가 쌓여있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속에 공공은 비대해지고 민간과 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노조세력과 이성 잃은 일부 정치권의 개입으로 부실 산업의 구조조정은 답보상태인데도 미래의 먹거리가 돼 줄 신성장 산업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책기조는 바뀔 기미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저금리는 자칫 경제를 더 골병들게 할 수 있다. 한은부터 이 점을 잘 인식해야겠지만, 정부와 여당이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저금리의 전제조건 삼아 이행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우리 경제를 호전시키기 위한 금리 인하라면 더욱 그럴 필요가 있다. 시장의 활력을 뺏는 정책을 놔둔 채 저금리의 리스크를 한은에만 지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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