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신용카드사들의 과도한 마케팅비 등 출혈 경쟁을 막겠다는 대책이 규제 일변도여서 반발을 사고 있다. 금감원은 새 카드상품 약관심사 때 5년간 수익성이 입증되는 ‘흑자 카드’여야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익성을 따질 때도 수익에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금융수익을 더하고, 비용에는 일회성 마케팅비와 간접비까지 의무적으로 포함토록 했다. 이달 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다(한경 6월 12일자 A14면)

이렇게 되면 새 카드상품의 추정 수익과 추정 비용이 모두 커진다. 금융수익까지 넣어 수익항목이 커지면 과도한 경쟁을 막겠다는 정책 취지에 반하고, 비용이 커지면 소비자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이른바 ‘꿀 카드’나 부가서비스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특히 카드사의 전략적인 신상품 출시가 어려워져 경쟁이 위축되고, 소비자 후생 감소와 기존 시장점유율 구도가 고착화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금감원의 약관심사 권한만 강화하고, ‘카드사들은 경쟁하지 말라’는 게 카드업계 보호대책이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일견 모순돼 보이는 방안이 추진되는 데는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긴다. 금융당국은 줄곧 카드수수료 인하 압력을 가하면서, 카드사 수익성 악화가 수수료 인하가 아니라 과도한 마케팅비 탓이라고 강조해왔다. 카드사 수익원이 다양한데도 마케팅비를 가맹점 수수료와 비교해 ‘고비용 영업구조’라고 못박은 것이다. 마케팅비를 줄일수록 카드수수료를 더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업계를 ‘안 써도 될 비용을 써서 배 불리는 곳’으로 여기는 인상이 짙다. 하지만 손익과 직결되는 마케팅은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지 당국이 일일이 규제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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