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광고 전면 금지했던 페이스북
내년에 '코인' 출시 등 블록체인 연구중
우리도 새로운 경제 생태계 길 터줘야

박수용 < 서강대 교수·컴퓨터공학 >
[전문가 포럼] 은행 계좌 없는 금융 생태계 꿈꾸는 페이스북

2017년에 시작해 2018년 1분기까지 지속된 암호(가상)화폐 열풍은 10년 전 사토시 나카모토란 사람이 비트코인을 개발한 이후 대중이 블록체인이란 기술에 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암호화폐 관련 소식이 넘쳤고, 블록체인 기술 및 암호화폐 관련 유명 인사의 강연회, 밋업(meet up) 행사들이 서울에서 무수히 개최됐다. 서울이 ‘암호화폐의 성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타올랐던 암호화폐 열풍을 지켜보던 정부는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 거래를 투기로 규정하고 암호화폐공개(ICO)의 전면금지를 선언했다. 이후 암호화폐와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면서 많은 암호화폐 관련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암호화폐는 정부와 관련된 기업에 금기어가 될 정도로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확대됐다.

당시만 해도 정부가 우려할 만한 일이 많이 일어났던 게 사실이다. 현실성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워 다단계로 ‘코인’을 판매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누군가는 코인을 더 비싼 값에 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를 부추겨 투기를 조장한다든지, 세력을 모아 코인 가격을 끌어올린 다음 ‘개미’들이 달라붙을 때 털고 나가는 등 규제가 없는 무풍지대에서 온갖 탈법이 자행된 것도 사실이다.

우리 정부의 ICO 전면금지 조치와 비슷한 시기에, 페이스북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관련 광고의 전면금지를 발표했다. 당시 페이스북의 품질관리 책임자 롭 레던은 공개 블로그 글에서 “암호화폐는 사기성이 짙은 제품과 서비스”라고 부정적인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었다. 페이스북은 그해 6월 특정 조건에 맞으면 사전 승인 후 광고를 게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으며, 자체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런 소문이 돌 때마다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며 연구하는 것일 뿐 암호화폐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해 내놨다. 같은 해 12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블록체인을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 왔으며, 페이스북 로그인에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되 암호화폐와의 연관성은 굳이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런데 올 들어서는 페이스북이 내년에 자체 암호화폐 출시를 목표로 최종적인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페이스북은 “금융 환경이 낙후된 제3세계 이용자를 위해 은행 계좌 없이 돈을 주고받는 방안을 고려 중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글로벌 금융사와 협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전 세계 23억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이의 지급보증을 통해 금융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한다고 하는데 과연 이 서비스가 이들에게만 국한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전략을 보면, 2000년대 초에는 인터넷 기술로 전 세계인을 연결해 소식을 전하게 했다면 이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암호화폐를 발행해 경제 활동의 연결기반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변화해야 할 때 변화하지 못하면 현재 갖고 있는 경쟁력이나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급속하게 추락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1년 만에 암호화폐 관련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정책에서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전 세계인의 경제 활동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페이스북의 모습을 보면 한국의 암호화폐 전면금지 정책도 이제는 변화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인터넷 기반 기업도 당당하게 암호화폐 기반의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 아닌가.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