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에 필요하다며 금리인하 강요 말고
모두가 공감하는 거시정책 목표 정한 뒤
서로 다른 정책 간 유기적 협업 유도해야

김소영 < 서울대 교수·경제학 >
[시론] 韓銀 통화정책 독립성 훼손 말아야

한국 경제의 주요 거시 지표들이 악화일로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4%를 기록하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개월째 ‘1% 이하’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위험성도 높아졌다. 환율은 최근 달러당 1200원 근처까지 급등했고, 수출도 급락해 4월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대외경제 변수들도 혼란스럽다. 향후 전망도 녹록지 않다. 각 기관은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격화되는 미·중 무역전쟁 탓에 세계 경제도 안갯속이다.

이런 시점에 추경, 감세와 같은 재정정책과 금리 인하 같은 통화정책 등 거시경제 정책을 적절하게 조합해 운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 활성화를 목표로 한 재정정책의 경우 급증하고 있는 국가채무에 발목이 잡혀 있다. 더욱이 향후 경기가 침체되면 조세수입이 줄어들 것이고, 이는 국가채무 비율을 더욱 높이게 될 것이다. 꾸준히 늘리고 있는 복지 관련 지출도 경기 활성화를 주목적으로 하는 정부지출에 비하면 경기 활성화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향후 지출이 계속 이어지면서 국가채무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문제점도 있다.

금리정책의 운용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정책을 이용해 전통적 정책 목표인 인플레이션율과 실물경제의 안정화를 이뤄야 하고, 비교적 새로운 목표라 할 수 있는 금융안정 목표도 간과할 수 없는데, 현재 이 두 종류의 목표가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점차 하락함에 따라 경기 안정화를 위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 물가상승률이 낮게 유지됨에 따라 디플레이션 우려를 없애고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금리 인하가 필요한 때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율이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최근 급등한 환율, 경상수지 적자와 경제성장률 하락 등을 고려할 때 자본 유출에 따른 금융불안 우려가 금리 인하에 적잖은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다.

각각의 정책이 추구하는 목표는 많지만, 그 각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제한적이어서 이런 고민이 싹튼다. 예를 들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가계부채 규모가 과다한 상황이라면 금리정책으로는 이 두 가지 문제 중 하나밖에 해결할 수 없다. 더구나 금리정책은 인플레이션율 목표도 갖고 있다.

이런 경우 여러 거시경제 정책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서로 다른 거시경제 정책이라도 정책 목표가 비슷한 경우가 많으므로 정책목표 대비 정책수단을 늘릴 수 있다. 경기 안정화 목표를 위해서는 금리정책뿐만 아니라 재정정책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금융 안정 목표를 위해서는 금리정책뿐만 아니라 부동산정책, 금융기관 관련 정책, 자본이동 관리 정책 등과 같은 거시건전성 정책을 활용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해 가계부채와 자본 유출의 우려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경기 안정화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경기 활성화를 주요 목표로 하는 재정정책을 활용할 수도 있다. 반대로 금리정책이 더 확장적인 기조를 취한다면 재정정책은 경기 활성화 목표보다 재정건전성 유지나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거시경제 정책은 경제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조화롭게 운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만 거시경제 정책들의 조화로운 운용이라는 미명 아래 다른 정책 주체 및 정책 수단에 지나친 요구를 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훼손시킨다면 이는 제각기 정책을 수행한 것만도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 각각의 정책 주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거시경제의 정책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숨겨진 목표나 공감하기 어려운 목표가 있다면, 또 제대로 된 목표라도 그것을 달성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책 간 협업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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