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金값' 된 금값
국내외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금 1g은 5만800원(1돈 19만500원)으로 연초(4만6240원)보다 9% 넘게 올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하던 2016년 7월 8일(5만500원) 이후 약 3년 만의 최고가다.

금 수요가 급증하자 골드바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주요 은행의 골드바 판매량은 최근 한 달 새 두 배로 늘어났다. 일부 영업점에서는 없어서 못 팔거나 신청 후 매입까지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제 가격도 연일 치솟고 있다. 6일(현지시간)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8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0.7%(9.1달러) 오른 온스당 1342.7달러에 거래됐다. 7거래일 연속 상승 기록으로 지난 1년간 가장 긴 상승세를 보였다. 금펀드 투자 상품도 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금값이 뛰는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먼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와 경기침체의 신호로 읽히는 장단기 채권금리 역전 현상이 맞물린 결과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한 요인이다. 국내적으로는 리디노미네이션(화폐개혁) 논란까지 겹쳤다.

올 들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1분기 각국 중앙은행이 사들인 금은 모두 145.5t에 이른다. 지난해 1분기보다 68%나 늘어난 규모다. 현재 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8133.5t)이고, 다음은 독일(3369.7t)이다. 중국(1852.2t)은 지난해부터 금을 집중 매입하며 러시아(2168.3t)를 바짝 뒤쫓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 보유량은 104.4t이다. 한국은행의 공식 통계 외에 개인 금고나 장롱 속에 있는 금이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공식 금 보유량은 약 10t에 불과했다. 당시 국민적인 ‘금 모으기 운동’에 350만 명이 참가해 227t을 모았으니 장롱 속의 금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만하다.

금은 위기 속에서 가치가 더욱 빛나는 안전자산이다. 그러나 늘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금 역시 하나의 자산으로 언제든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금값 상승을 점치는 사람이 많다곤 하지만, 모든 투자의 책임은 결국 자신이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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