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관리의 임용과 해직에 관한 단어는 제법 많다. 우선 제수(除授)다. 권력자가 벼슬을 직접 내려주는 행위다. 除(제)라는 글자는 여기서 ‘바꾸다’는 새김이다. 授(수)는 ‘주다’는 뜻이다. 拜(배)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직접 임명하는 행위다. 배상(拜相)이라고 하면 누군가를 재상(宰相)에 임명한다는 뜻이다.

昇(승) 또는 升(승)이라는 글자는 관리의 승진을 의미한다. 陞(승)이라는 글자도 마찬가지 뜻이다. 拔(발)과 擢(탁)은 누군가를 추천하거나 선발하는 행위다. 일반적으로는 이미 관직에 있는 관리를 더 높거나 중요한 자리에 끌어올려 쓰는 일이다.

자리나 직무의 이동을 가리키는 글자는 遷(천)과 徙(사)다. 遷(천)은 승진의 의미, 徙(사)는 평범한 자리 이동의 뜻이 강하다. 그러나 좌천(左遷)이라고 쓸 때가 있다. 있던 자리에서 조금 내려앉는다는 뜻이다. 옛 동양의 관념에서 왼쪽(左)은 오른쪽(右)에 비해 낮다고 여겨 나온 말이다. 비슷한 맥락의 글자가 貶(폄)이고, 그보다 더 심각한 잘못을 저질러 직위 강등에 이어 먼 곳으로 쫓아내는 일은 謫(적)이다.

무능한 관리를 자리에서 쫓아내는 일은 罷(파), 免(면), 解(해), 革(혁), 削(삭), 奪(탈)로 적는다. ‘삭탈관직(削奪官職)’이란 성어가 예서 나왔다. 더 심한 경우는 禁(금)과 錮(고)를 쓴다. 자리에서 쫓아낸 후 다시 기용하지 않는 일이다. 이제는 법률용어 ‘금고형(禁錮刑)’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단어다.

관리의 능력을 표현하는 말 중 으뜸은 현능(賢能)이다. 지혜로우면서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사람이라고 여겨 임무를 맡겼다가도 실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자리에서 내려오도록 해야 한다. ‘파면’과 ‘삭탈’ 또한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나라 운영이 어렵다.

잦은 사고와 구설, 게다가 한반도를 휘감는 어지러운 분위기에 잘 대응하지 못해 여론의 비판대에 자주 오르는 우리 외교부 고위 관리들의 거취 문제를 이제는 제대로 따져야 할 때인 듯하다. 엄혹한 외교 현실에서 펼쳐야 할 ‘현능’이 전혀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