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 계속될 美·中 무역전쟁
편가르기에 환율 급등세도 우려
외환위기 불똥 튀지 않도록 해야"

오승렬 <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외교통상학 >
[분석과 시각] 美·中 갈등, 換亂 가능성 경계해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촉발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중국 최대 정보통신기술 기업 화웨이 및 계열사에 대한 서방세계의 연합 제재에 대해, 중국은 희토류 전체 사용량의 80%를 중국에 의존하는 서방세계에 대한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들려고 하고 있다. 결국 양측은 넘지 말아야 할 환율과 금융 영역으로까지 전선을 확대했다. 이달 들어 역외시장에서 위안화의 미 달러 대비 환율은 3% 이상 급등했다. 중국 정부의 공식 환율도 달러당 7위안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랐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한 수출 확대보다는 과도한 환율 상승을 우선적으로 막아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빠졌다. 시장의 환율 상승세를 용인하자니 수출을 위한 ‘환율 조작국’이라는 미국의 공격이 우려된다. 반대로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해 미 달러를 풀면, ‘중국 리스크’를 피하려는 외화 유출과 위안화의 절하 움직임을 공략하려는 국제 투기 자본의 공격이 걱정된다. 지난 23일 미국 상무부는 환율 조작국에 대해 상계관세를 물릴 것임을 밝혔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장관급) 궈수칭(郭樹淸)은 24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위안화를 공매도하는 투기세력은 반드시 거대한 손실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의 발단은 작년 가을 중국 외환관리 당국이 미·중 무역 갈등의 와중에 외환보유액으로 가지고 있던 미국 국채를 조금씩 처분하면서부터다. 올 4월까지 중국은 보유한 1조달러 수준의 미 국채 중 약 700억달러어치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비중은 크지 않으나 중국으로서는 그동안 세계 금융시장에서 금기로 여겨졌던 ‘미 국채 매각의 맛’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에 단호한 입장을 전달하려는 의도였다. 일종의 배수진이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은 다르게 반응했다.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해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렸던 미 달러의 회수 조짐과 세계경제 불확실성 증가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 국채 수요가 증가해 중국이 방출한 부분을 흡수했다. 칼자루를 쥘 것으로 판단했던 중국이 오히려 불리한 상황에 몰렸다. 위안화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었다.

작년부터 이어진 미·중 경제 갈등은 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을 통해 극적으로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 다 정치적으로 ‘성과’에 목마른 입장이다. 어찌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전선 확장은 극적인 효과를 위한 사전 포석일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양국 간 이해 충돌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국제 경제 질서를 세계화의 용광로로 유도했던 세계무역기구(WTO)의 실질적 기능은 약화될 것이다. 또 미국 주도로 형성됐던 세계 금융시장의 ‘평평했던 통합 운동장’은 전략적 이익이 지배하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

한국 원화의 미 달러 환율도 1200원에 근접했다. 주요 자원과 중간재 및 설비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수출 가격 경쟁력 개선보다는 중장기적인 공급경제 구조의 악화와 물가 상승이 더욱 우려된다. 미·중 간 경제 갈등이 일상화되면서 끊임없이 직면할 중국과 미국으로부터의 ‘선택’에 관한 압력은 경제 영역뿐 아니라, 남북관계와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심각한 딜레마를 야기할 수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4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가진 한국이지만,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금융과 환율이 새로운 국제 정치·경제 전략의 지렛대로 사용된다면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한국 원화는 충격에 견딜 수 있는 ‘국제 화폐’가 아니다. 혹시라도 모를 환란(換亂)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금융·외환 제도 개선과 선제적 외교 노력의 강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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