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9가 남긴 것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산업의 약진을 일컫는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국내에 소개된 지 3년째다. 이 용어는 ‘약방의 감초’와 비슷하다.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빼고 기업의 경영 전략이나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등장 빈도가 잦다.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이나 방향성에는 이론이 없다. 하지만 한국 기업과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의 ‘디테일’까지 정확히 알고 있느냐로 질문을 바꾸면 선뜻 ‘그렇다’는 답을 내놓기 어렵다.

지난 23일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9’는 우리에게 부족한 디테일이 무엇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게 행사 참가자들의 중평이다. 스트롱코리아는 ‘과학기술 강국’을 목표로 한국경제신문사가 2002년부터 펼치고 있는 캠페인이다.

기조연설을 맡은 버너 보겔스 아마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기업 조직’과 ‘경영 전략’이 따로 있다고 강조했다. 신발을 추천하는 알고리즘과 책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은 비슷해 보이지만 적용되는 기술이 전혀 다르다. 아마존이 추천 알고리즘을 담당하는 조직을 여러 개로 쪼갠 이유다. 연구개발과 관련해 효율적인 비용 지출을 강조하는 것도 ‘난센스’라고 했다. 비용을 죄기 시작하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평가도 비슷했다. 핵심 규제는 풀지 않은 채 육성책 마련에 골몰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란 지적이 쏟아졌다. 박형주 아주대 총장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을 수학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로 계산하는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아야스디를 예로 들며 “한국에선 개인정보 규제 등으로 빅데이터산업이 열리지 못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스트롱코리아 포럼을 찾는 이는 꾸준히 늘고 있다. 참가비를 받지 않는 데다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과학기술 이슈의 ‘디테일’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다. 유력지 기자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참석자는 “배울 것이 많은 행사라 대전에서 중학생 아들과 함께 찾았다”고 말했다. 모쪼록 기업과 정부 관계자도 스트롱코리아의 메시지에 좀 더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