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29.1% 급등한 탓에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업종에서 고용이 감소했다는 정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공식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조사 결과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에서 고용 감소와 근로시간 단축이 동시에 나타났다. 사업주들은 종업원을 줄이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해 최저임금 인상 충격에 대응했다. 고용과 근로시간을 모두 줄여 인건비 부담 충격을 완화한 곳도 많았다. 주휴수당 부담을 피하기 위해 ‘알바 쪼개기’를 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굳이 예산을 들여 현장조사까지 안 해도 국민 누구나 아는 결과였다.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목이 터져라 피해를 호소하고, 민간 연구기관과 학자들이 수도 없이 부작용을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고용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고 무시하고, “기다리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들의 76.4%가 “최저임금이 높다”고 응답한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를 5개월간 묵혔다가 지난 2월 공개하기도 했다.

현장의 아우성과 절규를 외면하던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코앞에 두고 기존 입장을 뒤집은 조사결과를 내놓으니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만원 공약에 얽매이지 말라”고 한 데 이어 여권 곳곳에서 ‘속도조절론’과 ‘동결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위한 근거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현장을 도외시한 정책은 최저임금만이 아니다. 획일적인 주 52시간제 강행으로 산업현장에선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버스파업 대란’은 막았지만 버스요금 인상과 준공영제 확대 시행으로 국민이 수천억원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탈(脫)원전’ 정책으로 원자력산업 생태계가 황폐화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은 기업경영을 불확실성과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산안법 시행령에 규정된 작업중지 명령의 구체적 기준이 없어 기업들은 툭하면 공장을 세워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의 하청을 규제하는 ‘도급승인제’는 취지와 달리 협력업체의 일감을 줄이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화관법에 따라 내년부터 저압가스 배관검사가 의무화돼 배관이 하나의 라인으로 연결된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장은 여차하면 1년 가까이 멈춰 세워야 할 판이다.

정부의 현장조사로 최저임금 정책이 ‘2020년 시급 1만원 달성’이란 공약에 억지로 꿰맞춘 무리수였음이 확인됐다. 정책이 잘못됐다면 이를 인정하고 빨리 고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정부는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다른 정책들에 대해서도 현장 실태조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