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가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강변
세계가 찬탄하는 경제성장이라면서 ‘물 들어 왔을 때 노를 저어라’는 말처럼 기회를 살려야 한다(2018년 11월)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는 “경제가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5월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말로 또다시 온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비판적인 민간 경제학자는 제쳐 두고라도 기획재정부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여러 차례 최근의 경제부진을 강조했는데도 불구하고 경기낙관론을 굽히지 않는 대통령의 ‘완고함’에 두려움까지 느낄 정도다.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우긴다. 조업일수가 4.5일이나 적은 2월과 3월 경제통계를 비교하면서 생산(1.1%), 소비(3.3%), 설비투자(10.0%)가 다 늘어났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년 동월비로 비교하면 전혀 딴 얘기가 된다. 생산(-2.9%), 소비(2.4%), 설비투자(-15.5%) 모두 감소하거나 증가율이 뚝 떨어졌다. 이런 경제부진은 거의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항간에는 대통령만 빼고 국민 모두가 경제위기를 알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최악의 실업률에다가, 집권 직전인 2017년 1분기에 비해 2018년 4분기 전체 가계소득은 거의 늘지도 않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1분위와 2분위 소득은 오히려 각각 11.4%, 2.2% 줄었고, 반대로 3분위, 4분위 및 5분위 가계소득은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5분위 비근로자 가계, 즉 최상위 자영업 가계의 소득은 14.8% 늘었으니 지난 2년간 소득양극화는 더 심해진 셈이다.

왜 대통령은 경제가 어렵다는 말을 외면하면서 경제가 좋다고 강변할까? 경우의 수는 둘 중 하나다. 정말로 어려운 줄 전혀 모르거나 안 좋은지 알면서도 좋다고 말을 하는 경우다. 정말 모른다면 심각한 문제다. 청와대 측근이 귀와 눈을 가려서 그럴 수 있고, 너무 바빠 신문, TV를 볼 시간조차 없어 그럴 수 있다. 아니면 혹세무민하는 언론만 골라서 듣고 봐서 그럴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와 KDI가 나서서 경제부진을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모른다면 불통도 그런 불통이 따로 없을 것이다. 대통령도 문제지만 최고 지도자에게 목숨 걸고 ‘진실’을 알려야 할 책무가 있는 청와대 참모와 정부부처, KDI는 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나쁜 줄 알면서도 좋다고 말하는 것은 더욱 나쁘다. 소득은 줄거나 늘지 않았고, 가처분소득은 모든 계층에서 줄었는데도 반대로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경제는 심리니까 덕담 차원에서 그렇게 말한다고 치더라도 솔직하지 못한 일이고, 결과적으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하겠다는 취임사의 약속을 어긴 것이고,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는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다. 정부가 잘나서 경제가 좋은 것이라고 우기는 것이고, 자화자찬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 아니고,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아니라 고집불통에 오만한 권력이 되는 것이다.

전체 맥락에서 보면 대통령이 경제를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청와대 변명은 더욱 헷갈린다. 좋으면 좋고 나쁘면 나쁜 것이지, 전체 맥락에서 보면 좋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는 말은 무슨 흐리멍덩한 도마뱀 꼬리 자르기인가.

대통령이 심각한 경제위기를 인정하고서 경제팀을 전원 교체하고 완전히 새로운 정책을 당장 펼친다고 해도 그 성과는 1년 이상 지난 뒤에나 나타난다. 경제팀을 갈아 새로 앉히고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작금의 경제난은 적어도 1년 이상 더 계속된다는 말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서민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과 그 가족이 고통을 감내해야만 할까. 언제나 황하는 맑아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