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리는 통화정책 여지 줄고
이자율이 성장률보다 낮은 만큼
경기부양 위해선 재정정책 펴야"

배리 아이컨그린 < 美 UC버클리 교수 >
[해외논단]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 비중 늘릴 때

5년 전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이란 책을 내 큰 반향을 얻었다. 피케티는 이 책에서 시장경제에선 부(富)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피케티의 모델은 이자율(r)이 경제성장률(g)보다 높다는 것이 골자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r>g’이므로 생산자본을 가진 자본가들은 전체 경제성장분을 초과하는 이익을 가져간다. 간결한 설명으로 부의 집중을 지적한 그의 책은 수백만 권이 팔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초엔 또 다른 프랑스 경제학자가 다른 의견을 내놨다. 미국경제학회 회장이자 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인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미국경제학회 연설에서 선진국의 국가채무 부담 여력이 기존의 예상보다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자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낮다고 봤다. ‘r
누구의 말이 옳을까. 피케티와 블랑샤르의 모델은 상충하는 얘기가 아니다. 각자 서로 다른 ‘r’ 개념을 쓰고 있어서다. 피케티의 r은 일반 자본투자에 대한 이자율로 리스크가 크다. 블랑샤르의 r은 국가가 발행한 채권(국채) 이자율이 기준이다. 통상 시장에선 일반 자본투자와 국채 간 리스크 프리미엄 차이를 약 5%포인트로 본다. 그러므로 두 모델 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경제성장률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국채 이자율은 상대적으로 낮고, 일반자본 이자율은 높을 가능성이 크다.

각각의 r 개념을 경제 정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피케티는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인한 부의 집중을 고려해 부유층의 세금을 올리자고 주장했다. 블랑샤르는 미국 등 인프라 수요가 많은 국가는 정부가 부채를 좀 더 짊어지면서 공공지출을 늘려도 괜찮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경제에서 국가 채무를 늘리면 대가가 따른다. 자원이 한정된 가운데 정부 지출이 증가하면 그만큼 민간 투자가 줄어든다. 경제 성장세는 둔화된다.

완전고용이 아닌 경제라면 어떨까.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이제는 시장에만 맡긴다면 r이 ‘0’ 이하가 된다고 주장한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21세기 기업들은 실물자본이 크게 필요치 않고, 자본재 가격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어서다. 기업이 투자하도록 이끌기 위한 적정 이자율은 이제 마이너스의 영역으로까지 떨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명목이자율을 ‘0’ 미만으로 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확장적 통화정책은 물가상승률을 높여 이자율을 올릴 수 있어서다. 결국 투자에 대한 수요가 저축량을 밑도는 경향이 나타나고, 이 경우 실업이 만성화될 수 있다. 민간 지출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지출을 늘린다 하더라도 적자폭을 무한대로 증대시킬 수 있는 건 아니다. 부채가 점점 쌓이면서 정부 채권이 위험자산으로 재분류될 수 있고, 그러면 이자율이 오르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 이자율을 낮출 여력도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이자율이 20년간 하향세를 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의 비중을 높일 때다. 그래야 안정적이고 공정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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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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