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관 지식사회부 기자 pjk@hankyung.com
[취재수첩] 4조원 새도 대학 책임이라는 교육부

교육부의 대학 연구윤리 실태조사 결과로 마주한 교수들의 ‘민낯’은 예상보다 훨씬 더 추악했다. 연구에 기여하지 않은 자녀 이름을 죄의식 없이 공동 저자에 끼워 넣었다. 자녀들은 이를 발판 삼아 국내외 명문대학에 진학했다. 동료 교수의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하는 ‘논문 품앗이’도 암암리에 이뤄졌다. 돈만 내면 논문을 실어주는 ‘부실 학회’에 정부에서 받은 연구비도 펑펑 썼다.

대학은 반성보단 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했다. 139건의 연구부정 의심 논문 중 대학이 자체 조사를 통해 부정 논문임을 인정한 사례는 12건에 그쳤다. 교육부가 연구윤리 전문가로 검토자문단을 꾸려 재검토한 결과, 85건에서 대학의 검증 절차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부정을 저지른 교수에 대한 징계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징계시효 만료 등의 이유를 댔다. 부실 학회 참가 교수도 80% 이상이 주의나 경고를 받는 데 그쳤다. 그중엔 부실 학회에 여덟 차례 참가하며 정부 연구비 3200여만원을 쏟아부은 교수도 있다.

교수의 비위 행위와 대학의 봐주기가 판쳐도 교육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학계의 문제는 학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고상한’ 변명만 했다. 근거도 가지고 나왔다. 2007년 제정한 연구윤리확보를 위한 지침에 따르면 검증 책임은 해당 연구가 수행될 당시 연구자의 소속 기관, 즉 대학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침은 교육부 훈령일 뿐이다. 다시 말해 교육부 스스로 대학에 책임을 지우는 지침을 만들어 놓고, 대학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4년제 대학 연구비에서 정부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3.8%(2017년 기준)에 달한다. 연간 4조원이 넘는 예산이 대학 연구비로 투입되고 있다. 학술연구의 자율성을 운운하며 대학 스스로 연구윤리 문제를 해결하라고 떠넘기기엔 정부 지원금이 너무 많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 소들의 문제라며 알아서 외양간 안에 머물기를 기대하는 주인이 있다면 둘 중 하나다. 멍청하거나 귀찮아하거나. 부디 교육부가 둘 중 하나에 해당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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