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갈등에 홀로서기 해야 할 中
내수경제 키워도 연 6% 성장 힘들 듯

박래정 < 베이징LG경제연구소 수석대표 >
[세계의 창] '미국 없는' 중국의 미래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은 생전에 “공산당만이 역대 어느 황조도 해결하지 못한 인민의 먹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화자찬한 것으로 전해진다. 1921년 비밀리에 결성된 중국 공산당은 그 흔한 당명 교체 한 번 없이 창당 100주년을 코앞에 뒀다. 수억 명의 민생고를 해결한 것이 장수 비결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이 자랑하는 성공신화에는 핵심 조역이 빠져 있다. 바로 미국이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표방하면서 맨 먼저 미국과의 수교를 추진했다. 대만의 최대 후원자와 손을 잡으려 했던 것은 중국 개혁개방의 성공에 글로벌 시장과의 교류가 필수적이었고, 이런 글로벌 시장질서를 미국이 좌지우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을 사실상 홀로 승리로 이끈 미국은 중국 공산당이 외부와 담을 쌓고 계획경제 실험을 진행하는 사이 브레턴우즈 체제라 불리는 자유무역 질서를 짜고, 패전국까지 편입시켜 세계경제 통합의 초석을 다졌다. 미국과의 관계 복원은 중국의 글로벌 시장 착근을 가능하게 했을 뿐 아니라, 중국 사회주의의 시장경제 개혁을 가속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심지어 미국은 중국 서북지역 변경에 옛 소련을 겨냥한 정보수집 기지를 만들어준 데 이어 미사일과 같은 전략무기 기술도 넘겨줬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어린 학생들은 ‘무찌르자, 중공 오랑캐’라는 행진곡을 입에 달고 다녔다. 이데올로기적 장벽이 무너지고 두 나라가 동양적 가치관을 새삼 공유하게 된 것도 미국과 중국이 먼저 손을 잡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수교 40주년을 맞은 올해 미·중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관세보복은 시장 진입장벽을 높이는 결과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미국이 자신이 만든 글로벌 질서에서 중국의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고 있는 이상 이번 관세보복은 이어질 ‘중국 배제’ 조치의 예고편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은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의 ‘자립의지’를 상징한다. 그런데 전후 미국이 글로벌 질서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에 더해 미 달러체제 및 미 문화 가치관 등 소프트파워 역시 막강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런 새 글로벌 질서에 참여하는 무역 파트너들에겐 자국시장을 내줬다.

이제 막 위안화 국제화의 걸음마를 뗀 중국이 ‘자국 특색’의 국가 운용체제를 고수하는 한 일대일로의 세력 범위는 확장될 수 없다. 미국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원조나 직접투자와 같은 당근만으로는 일대일로상 다른 나라의 협력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 규모(경상달러 기준)는 미국의 65%까지 커졌다. 세계경제 내 점유율이 커진 데 비례해 산술적으로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다. 내수를 키우려 하지만, 단박에 키우려다 후환이 생기는 게 내수의 특성이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 6%대 성장세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중국 내 언론검열이 부쩍 강화되는 추세다.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는 자성도, “미국과 싸우면 우리만 손해다”는 전략적 후퇴 여론도 시중에선 무성하지만 관영 매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미국과의 갈등이 관세보복 난타전으로 공식화되는 순간, 중국 경제는 홀로서기를 각오해야 한다. 주요 2개국(G2) 무역 사이에서 동북아 분업으로 묶인 ‘새우 신세’인 한국 경제도 더욱 위태로운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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