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의료 혁신, 규제 개선 선행돼야
현대의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을 포함한 IT는 질병의 조기 발견 및 진단부터 부작용이나 약리기전을 예측하고 분석해 최적화된 임상시험을 도출하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활용되며 의료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의료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의료기관 간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한 핵심 기반으로 클라우드 플랫폼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의 작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미국 의료기관의 60%가 백업 및 재해 복구를 위해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핵심 임상 앱(응용프로그램) 및 데이터 플랫폼을 클라우드로 구축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업체인 넥스트젠은 아마존웹서비스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임상의와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환자 정보를 공유하거나 수신하는 프로세스를 합리적으로 개선, 임상 의사결정의 질을 향상시켰다.

우리나라도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에 ‘헬스케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의료서비스에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IT를 접목해 8대 중증질환의 맞춤형 정밀의료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소방청, 응급실 등으로 흩어져 있는 응급의료 데이터를 5G 기반으로 통합하고 연계·분석해 AI 학습이 가능한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바라본 한국 의료의 IT 분야는 많은 규제에 직면해 있다. 2017년 의료정보를 클라우드에 보관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이는 단순히 데이터를 보관하는 측면일 뿐이다. 유연한 클라우드 환경을 활용해 다기관 의료 데이터를 공유하기에는 여전히 그 벽이 높다. 또 국내에서는 원격의료나 개인 의료정보 활용 등이 모두 불법이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의료서비스 혁신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IT를 접목한 의료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다. 한 조사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2020년 2000억달러(약 226조5000억원)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암환자 치료 사례만 보더라도 유전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일정한 패턴을 찾아 진단 및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게 일반화되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의료장비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같은 사물인터넷(IoT) 기반 장비의 등장은 의료 빅데이터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왔다. 수집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환자 상태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변화에 발맞춰 국내 의료기관들이 혁신적인 기술을 발 빠르게 도입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규제로 인한 의료분야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고 스마트한 규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할 것이다. 의료기관이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가 해결해주는 방식을 뛰어넘어 의료분야의 규제개혁을 정부가 주도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절실하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