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천자 칼럼] 창업가의 회고록

“나는 생명이 있는 한 실패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 있고 건강한 한 나한테 시련은 있을지언정 실패는 없다. 낙관하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회고록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 나오는 말이다.

맨손으로 거대 기업을 일군 창업가들의 회고록에는 경영 이념과 인생 철학이 함께 담겨 있다.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는 역경에서 단련된 불굴의 정신이 배어 있다. “이봐, 해봤어?”로 요약되는 정주영 회장의 경영철학도 숱한 고난 속에서 싹텄다. 화마가 삼킨 첫 자동차 수리공장을 일으켜세운 일부터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을 설립하기까지 그를 키운 ‘긍정의 힘’이 거기에서 나왔다.

이병철 삼성 창업자도 시련을 딛고 성공했다. 그는 1938년 대구에 삼성상회를 세울 때까지 일이 없어 방황했다. 한때 토지사업으로 넓힌 200만 평의 땅은 중일전쟁으로 다 잃었다. 연산 36만t 규모의 세계 최대 비료공장을 완공한 뒤에는 국가에 헌납해야 했다. 그런 좌절을 뚫고 ‘삼성 신화’를 쓴 과정이 회고록 《호암자전》에 기록돼 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길을 열다》에서는 ‘사람을 쓰는 일’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사업 초기 공장장의 실수로 큰 손해를 봤을 때, 그는 공장장을 집으로 불러 심하게 나무랐다. 그러고는 운전기사에게 몰래 “집까지 최고 예우로 모시라”고 당부했다. 공장장 부인에게 미리 전화해 “잘 위로해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이런 배려에 힘입어 모든 직원이 회사에 헌신할 수 있었다.

혼다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는 《내 손이 말한다》에서 망치에 찍혀 손톱이 빠진 손을 공개하며 “기술만이 살 길”이라고 역설했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남다른 미래를 원한다면 남다른 오늘을 살라”(《카네기 자서전》)고 말했고,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 크록은 “이 세상 무엇도 끈기를 대신할 수 없다”(《성공은 쓰레기통 속에 있다》)고 했다.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작은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워런 버핏은 《스노볼》에서 “난 어릴 때 신문 배달하면서 만든 작은 눈덩이(스노볼)를 50여 년간 조심스레 굴려 왔다”며 “삶도 이와 같아서 잘 뭉쳐지는 눈과 진짜 긴 언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주영 회장의 또 다른 회고록 《이 땅에 태어나서》의 영문판이 출간됐다. 베트남에서는 50만 부나 팔렸다고 한다. 머잖아 중국·일본어판도 나오길 기대한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자본금인 시간만 잘 활용해도 못 할 일이 없다”는 그의 ‘긍정 철학’ 명구는 지금도 우리 가슴을 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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