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둔화 中 경제, 국가통제 가능
韓 기업 철수보다 비교우위 살려
내수시장 과실 키우는 계기 삼아야

오승렬 <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외교통상학 >
[분석과 시각] '중국 리스크' 과대평가 말아야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7일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6.4%로 발표했다. 줄곧 하락세를 보였던 경제성장률이 작년 4분기의 6.4%에서 멈춘 것이다. 벌써부터 올 하반기에는 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 경제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므로 이미 과도한 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 섞인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2~6.3%로 낮춰 잡았다.

그동안 미·중 무역 갈등 및 세계경제 동반 침체 가능성 등 외부 요인과 부동산 거품, 과잉 부채, 경제 성장 둔화 등 내부 상황이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높고, 진출 기업의 경영 환경이 나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로 이중고를 겪었다. 중국 사업 비관론이 확산됐고, 중국 리스크 대응 방안으로 동남아 지역으로의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기업도 늘었다. 특히 한국 중소기업의 중국 전략은 ‘남을 것인지, 떠나야 하는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상황 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능동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 리스크에 대한 경고음은 곧 우리 기업이 경영 전략을 바꿔 새로운 포지션을 개발해야 할 시기가 왔음을 의미한다. 최근 중국 거시경제 정책에서 보듯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로서의 중국은 성장률 둔화와 실업률 증가를 못 참는다. 경기침체기에 각급 지방정부는 외자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서로 경쟁한다. 올 들어 부쩍 잦아진 산둥성과 광둥성을 포함한 중국 지방 정부 지도자와 경제사절단의 방한 등도 그 여파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나 거시경제 지표는 경기 전망 근거가 아니라, 정부 정책의 향배를 가늠할 선행지표로 적합하다. 위기감이 고조되면 외자기업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진다. 특히 지방 정부는 ‘경제 업적’ 달성을 위해 더욱 적극성을 띠게 된다.

금융 불안정이나 부동산 거품, 기업 및 지방 정부의 과잉 채무 역시 시장경제 방식으로 진단해서는 곤란하다. 미국 부실 파생상품의 시장 파급효과를 통해 위기가 세계적으로 확대 재생산됐던 2008년 금융위기는 중국에서는 작동하기 어렵다. 1997년 중국 4대 국유 상업은행의 과도한 부실채권 비중이 문제가 되자, 중국 정부는 금융자산관리공사를 설립해 부실채권을 인수했다. 2000년대 중국 국유 상업은행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했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나 기업 채무가 위기로 치달을 경우, 중국 정부는 언제든 ‘행정 조치’의 칼을 뽑아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 중국에서의 ‘사회주의’는 곧 무소불위의 국가 권력을 의미한다.

미·중 무역 분쟁도 진짜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낮다. 미국은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을 놓아 버릴 수 없고, 중국도 시장과 기술 제공자로서의 미국을 필요로 한다. 결국 적절히 주고받는 타협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단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세계 공급사슬에서 생산을 담당해 수출용 상품을 뿜어내던 중국의 전략이 내수 진작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도시화와 내륙 경제 및 산업 현대화를 앞당겨 내수 중심의 경제성장 모델로 진화해야 한다.

이제 한국 기업은 제3국 수출용 생산기지가 아니라, 중국의 변신을 위해 우리의 비교우위를 접목시킬 진정한 한·중 협력 시대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의 새로운 경제 전략과 경영 환경에 맞춰 우리가 선도적으로 변신할 수 있는 ‘리포지셔닝’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중국 리스크’는 회피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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