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7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마련해 오는 25일 국회에 내기로 했다. 당정이 밝힌 추경의 목적은 △미세먼지 저감 △재난 피해 복구 △경기활성화다. 여기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경기활성화다. 국가재정법(89조)은 추경 편성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한 관계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중대한 변화나 그런 우려 △법령에 따라 국가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추경 이유로 경기활성화를 넣은 것은 경기침체나 대량실업을 인정했거나 우려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경제를 낙관해온 정부 여당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고용 증가세가 확대되고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 다행”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고용 회복 기미가 강화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그랬던 정부가 경기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추경을 짜겠다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추경을 위해 경기 판단을 ‘낙관’에서 ‘비관’으로 바꿨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실제 기재부는 3월 그린북에서 “생산 설비투자 등 주요 경기 지표들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 모멘텀이 있다”고 했다가 4월 그린북에서는 “주요 실물지표 흐름이 부진한 모습”이라고 말을 바꿨다.

경기 진단은 수치와 전문가 판단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경기 해석은 정치적 이유로 적잖이 왜곡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오락가락’ 경기 해석이 위험한 것은 자칫 대응을 위한 적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며 금리 인상 의지를 접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5%로 낮췄다. 당정이 경기활성화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다행이지만, 또 다른 ‘정치 쇼’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