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를 살리는 '市+産+學 협력'
네덜란드는 우리 국토 면적의 3분의 1이 조금 넘는 아주 작은 국가다. 영토 대부분을 간척사업으로 얻었기에 그 절반 정도는 해발 1m 이하다. 그런 측면에서 아름답게 보이는 풍차(風車)는 한없이 물을 퍼내야만 살 수 있었던 네덜란드 사람들의 고난의 삶을 증명하는 것이다.

“문명이란 끝없는 노력으로 자연의 험한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루는 것”이란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의 이야기대로 네덜란드는 오히려 어려운 자연환경과 투쟁하면서 일찍부터 가장 앞선 나라가 됐다. 특히 군사적 경쟁을 통한 식민지 확보보다 해상무역을 통해 국부를 쌓았다. 1602년 출범한 세계 최초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에서 알 수 있듯이 네덜란드는 중상(重商)의 가치관으로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가장 먼저 도입하고 선도한 국가다.

오늘의 네덜란드도 여러 측면에서 앞선 제도와 사회규범을 지니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형제를 폐지했고, 여성투표권을 확보했으며 2001년에는 동성결혼까지도 허용한 곳이다. 이 외에 낙태, 안락사, 성매매, 마약 등도 모두 일정 범위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해 네덜란드의 사회 모습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여하튼 언론 및 경제활동의 자유, 행복과 삶의 질 등에서 항상 세계 1~2위로 꼽히는 나라인 만큼 우리가 본보기로 삼아야 할 일이 많은 것은 틀림없다. 네덜란드의 국민 1인당 연간소득은 5만달러를 훌쩍 넘으며 수입과 수출은 2017년 기준 각각 4850억달러와 4600억달러에 이르렀다. 그런데 품목별 수출 목록에서 찾을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농식품 수출액이 무려 1000억달러에 달해 이 부문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 수출 1위는 1440억달러를 수출한 미국이며, 3위와 4위는 각각 740억달러, 710억달러를 기록한 독일과 브라질이다.

미국의 국토 면적은 우리의 100여 배 그리고 브라질도 이에 버금가는 크기의 나라다. 이처럼 국토가 넓은 나라들이 농식품을 대량 수출하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작은 나라 네덜란드는 도대체 무슨 비결을 갖고 있을까? 사실 네덜란드는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서도 농산물을 수입해야 한다.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수입하는 것은 이를 가공해 다시 수출하는 식품산업이 대단히 활발한 까닭이다. 1000억달러의 수출은 모두 기업에서 생산하는 가공식품이다.

어느 분야든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앞선 기술이며, 이는 대학 등에서 이뤄지는 연구의 성과물이다. 여기에 기업가정신이 함께하면 새로운 기업이 계속 탄생한다. 그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세계로 시장을 넓혀가는데, 정보통신 분야의 예로는 미국의 스탠퍼드대와 그 주위의 실리콘밸리를 꼽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네덜란드의 바헤닝언(Wageningen)대와 그 주위의 소위 푸드 밸리(food valley)는 이 지역의 식품산업을 세계적인 위치로 끌어올렸다. 연구 성과로 평가하는 세계의 대학 랭킹을 보면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서 영미권 대학이 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다. 그 가운데 농식품학 분야에서 바헤닝언대가 세계 1위로 꼽히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한 지역의 경제가 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대학의 활발한 연구활동이 필요하고 여기에 기업의 도전정신이 함께해야 한다. 이런 협력을 총괄하며 독려하는 지방정부의 역할도 필수적이다. 즉 시(市)·산(産)·학(學)이 함께하는 튼튼한 3각 협력체계는 경제 발전의 알파요 오메가다.

우리 남동해안의 울산, 경주, 포항 세 도시에서는 3년 전부터 울산대, UNIST(울산과학기술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한동대 그리고 포스텍이 함께하는 ‘Univer+City’란 이름의 모임을 통해 ‘시+산+학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는 좋은 성과를 얻으려면 3각 협력의 각 축을 맡고 있는 시, 기업 그리고 대학이 더욱 진력해야 한다.

dohyeonkim@pos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