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유세 인상, 미세먼지 저감 효과 있나
요즘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화제 중 하나는 미세먼지 문제일 것이다. 몇 년 전에는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조어가 생기더니 이번에는 미세먼지를 피해 해외나 영동지방으로 떠나는 ‘피미(避微)’라는 말도 등장했다. 또 최근 공기청정기 제조업체의 매출이 7배 증가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이제는 공기청정기가 필수가전으로 자리잡았음을 느낀다.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에는 국제협력과 같은 장기적인 대책과 차량 운행제한과 같은 단기적인 대책이 있다.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단기적 대책의 핵심은 경유차 억제로 보인다.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의 정유사 출고가격은 비슷하지만 세금 차이로 인해 소비자 가격은 휘발유, 경유, LPG 순서인데, 환경부는 경유에 붙는 세금(이후 경유세)을 휘발유 수준으로 올리려 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클린디젤’이라고 하며 경유차 구매를 권유했는데 이제 와서 경유차를 사용하지 말라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과연 경유세 인상이 바람직한 미세먼지 대책인지에 대해서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경유세 인상으로 경유 소비가 줄면 미세먼지도 줄어들까. 2011~2015년 5년간 경유 소비량은 21% 늘었지만, 경유 소비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량은 26% 감소했다. 매연여과장치 보급 확대 및 환경기준 강화로 인해 이미 경유 소비량과 경유차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량은 반비례 관계가 확립되고 있다. 따라서 경유세 인상으로 경유 소비가 줄어든다 하더라도 과연 미세먼지가 의미 있게 줄어들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둘째, 경유세가 인상되더라도 경유 소비가 줄어들지도 의문이다. 2005년 정부는 경유세 인상을 통해 경유 가격을 휘발유 대비 85%로 해놨다. 하지만 최근 휘발유 가격 대비 경유 가격은 92.7%로, 경유의 상대가격이 크게 상승해 두 유종의 가격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유 소비는 늘고 있다. 경유의 상대가격이 올랐지만 경유 소비는 줄지 않은 것이다. 결국 경유세 인상은 국민 부담만 증가시킬 뿐 경유 소비량을 의미 있게 줄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셋째, 경유세를 인상해도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대형 화물차는 유가보조금을 지원받으므로 경유세 인상의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과거 경유세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면서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화물자동차와 버스에 대해 유가보조금 정책을 시행했다. 유가보조금은 경유세 수준에 연동되므로 경유세가 인상되더라도 실제 연료비 부담 증가로 연결되지 않아 대형 화물차의 경유 소비량을 줄이기는 어렵다.

넷째, 경유세가 올라도 소형 화물차 및 경유 승용차의 소비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소형 화물차는 택배차량과 같은 생계형이 대부분이라 경유세가 오르더라도 운행을 줄이기 어렵다. 경유 승용차는 수도권 출퇴근 여건 때문에 불가피하게 운행해야 하거나, 경유세 영향에 둔감한 고급 경유차 소유자가 대부분이므로, 경유세 인상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일부 레저용 경유차의 운행 감소는 예상할 수 있다. 경유세 인상은 경유 소비량을 줄이지 못한 채 생계형 자영업자 및 수도권 출퇴근자의 불만만 살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경유세 인상이 미세먼지 대책의 핵심 중 하나로 부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5%를 넘지 않는 수송용 에너지에 이미 에너지 세금의 80% 이상이 부과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유세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 부담을 늘릴 뿐 미세먼지 저감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담뱃세 인상에서 이를 경험했으며, 작년 프랑스에서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던 ‘노란조끼’ 시위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