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줄인다면서 유류세는 깎아줘
태양광 발전 내건 산림훼손도 모순

오상헌 경제부 차장
[편집국에서] 기재부의 앞뒤 안맞는 미세먼지 정책

기획재정부는 지난주 굵직한 언론 브리핑을 두 차례나 했다. 1번 타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수요일(10일)에 기자실을 찾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구체적인 내역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추경의 핵심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라고 했다.

이틀 뒤엔 이호승 기재부 1차관이 기자실로 내려왔다. 다음달 초 종료되는 유류세율 인하 조치를 8월 말까지 4개월 연장한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의 기름값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란 이유를 달았다.

무언가 앞뒤가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총리는 미세먼지의 주범을 척결한다며 ‘나랏돈’을 풀겠다는데, 정작 차관은 ‘미세먼지 주범’인 경유차를 더 많이 굴리라며 경유에 붙는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유류세율 인하가 경유차 운행을 늘릴 거란 건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 그랬다. 작년 11월부터 시행된 유류세 인하로 지난 5개월간 차량용 기름 소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6%로 평소(2%)보다 크게 높아졌다. 그중에서도 경유 소비 증가율(7%·2월 기준)이 휘발유(4%)와 LPG 부탄(6%)을 앞섰다.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도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한 건 “정부가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로 타는) 경유차 운행 증가로 미세먼지 상황이 나빠지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했다. 국내 도로를 다니는 자동차 2대 중 1대가 경유차(지난해 비중 42.5%)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기재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9월 이후에 다시 연장할지는 그때 다시 검토하겠다”며 추가 연장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나, 경유차 운행을 줄이기 위해 일각에서 제기한 경유세 인상 주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따지고 보면 경유차 문제를 둘러싼 ‘엇박자 정책’은 이뿐이 아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경유차 중에서도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내뿜는 화물차 및 버스업계에 “경유값에 보태 쓰라”며 매년 2조원이 넘는 돈을 유가보조금으로 건네고 있다. 노후 경유차 폐차나 전기차 보급을 위해 투입하는 보조금보다 더 많은 돈이 경유 버스와 화물차 운행기간을 늘리는 데 쓰이고 있다. 이로 인해 버스 수는 5년 전보다 오히려 492대가 늘었다고 한다. “미세먼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범정부 차원에서 ‘경유차 지원 정책’을 펼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태양광발전 육성 정책도 앞뒤가 안 맞기는 마찬가지다. 태양광발전을 늘리면 석탄발전소가 내뿜는 미세먼지는 줄어들겠지만, 태양광발전 시설을 짓느라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있는 산림은 크게 훼손된다. 최근 3년 동안 잘려나간 산림 면적은 여의도의 15배에 이른다.

정부의 정책 메시지가 선명하지 않거나 일관되지 않으면 국민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으니, 현 상황에서 ‘정책 1순위’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일 것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경유차 운행을 줄이는 조치가 뒤따라야 했다. 서민 부담이 걱정된다면 미세먼지 대책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다른 지원책을 준비하는 게 상식이다.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아선 차가 앞으로 나갈 수 없다.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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