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성 건설부동산부 기자 vertigo@hankyung.com
[취재수첩] 들쭉날쭉 공시가에 책임 없다는 국토부

“구체적인 자료는 공개하기 어렵습니다.”

17일 오전 국토교통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개별주택 공시가격 브리핑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이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국토부가 개별주택 공시가격 산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정부가 급격하게 올린 표준주택 공시가격과 자치구가 매긴 개별주택 공시가격의 격차가 크다는 지적에 부랴부랴 내놓은 조치였다. 출입기자들은 공시가 산정의 신뢰성을 높일 자구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국토부가 내놓은 조사 결과는 두루뭉술했다. 서울 자치구별로 공시가격이 잘못 산정된 주택은 얼마나 되는지, 오류로 발견된 공시가격은 얼마로 산정됐는지, 오류를 시정하면 공시가격이 기존보다 얼마나 바뀌는지 등에 관해 국토부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서울 8개 구의 개별주택 456가구가 공시가격 산정 오류로 ‘추정’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어 “잘못 산정된 공시가격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만 할 뿐 직권으로 시정명령을 내리긴 어렵다”고 했다.

국토부가 이날 보인 모습은 평소와도 달랐다. 공시가격 산정을 둘러싼 신뢰성 논란은 연초부터 제기됐다. 표준단독주택, 표준지(땅), 공동주택 등 유형을 가리지 않고 문제점이 발견됐다. 한 동네에서도 실거래가 반영률이 최고 다섯 배가량 차이 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국토부가 산하기관인 한국감정원에 “고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최고 세 배까지 올리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까지 있었다.

그때마다 국토부는 스스로를 ‘공시가의 최종 결정·공시 주체’라고 강조했다. 그랬던 국토부가 개별주택 공시가격이 표준주택과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선 “지자체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표준주택과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격차를 줄일 해법이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국토부가 과연 공시 업무를 관리 감독하는 주무관청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올해 개별주택 공시가격은 이달 30일 최종 확정된다. 이를 기준으로 재산세, 종합부동세 등이 정해진다. 건강보험료 등 60여 개 복지 항목도 영향을 받는다. 국민이 공시가격을 믿고 세금을 낼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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