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 신흥국 경제에 드리운 위험 요인들
최근 신흥국 경제가 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 긴축 기조를 멈추기로 하면서 유동성 공급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그간 신흥국 경제는 Fed가 정책 금리를 5분기 연속 올리고 보유자산을 줄이면서 위기를 겪었다. 작년 하반기 들어선 신흥국에 현금유동성이 말라붙었다.

그러다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이 ‘양대 긴축카드’를 거둬들였다. 지난 1월 Fed는 금리 인상을 잠시 멈춘다고 밝혔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제시한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남은 기간 금리가 더 오르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Fed는 양적 긴축도 오는 9월까지만 지속하기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신흥국 경제에 다행스러운 일이다. 신흥국 경제는 글로벌 유동성 공급 덕분에 가라앉지 않고 버텨왔다. 이젠 작년 하반기처럼 어려움을 겪거나 2013년 ‘긴축발작’ 같은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신흥국 경제에 또 다른 호재도 있다. 중국 시장의 반등이다. 신흥국 시장에 중국 경제는 큰 변수다. 글로벌 공급체인과 원자재 수출입 등에서 중국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서다. 지난 2월 중국 제조업 경기가 3개월 연속 부진하자 신흥국 시장의 걱정이 커졌던 이유다.

2주 전만 해도 비관적 전망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 보니 지나쳤다. 지난달 중국 제조업 경기는 확장세로 돌아섰다. 중국 정부가 감세 정책을 펼치는 등 조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수요 약화를 상쇄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동성 직접 공급보다는 재정으로 부양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중국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단이다. 중국 정부의 부채 규모는 신흥국 시장 기준으로 볼 때 아직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부채 구조도 건전한 편이다. 부채 구조는 정부 차입 금리와 경제성장률 간 격차가 결정한다. 중국의 정부 차입 금리와 경제성장률 간 차이는 세계 거의 대부분의 나라보다 작다.

물론 중국의 기업 부채 규모는 크다. 올해 중국 사회융자총액은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그 폭이 크다. 이로 인해 발생한 새 유동성은 이미 악성 부채를 떠안은 상태인 국영 기업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정부가 통제한다. 경제 둔화 속도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늦출 수 있다는 얘기다.

신흥국 경제는 관세 측면에서도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압박 발언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간 미국과 각국 협상은 매번 사전 압박보다 약한 정도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이번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관세 협박 카드를 내려놓진 않을 것이다. 무역 분쟁은 뮬러 특검 등 트럼프의 치부에서 미국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박이 전면적인 관세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신흥국 경제엔 아직 남은 위험이 있다. 미국 불황이 큰 변수다. 지난달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투자자들도 불황 가능성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JP모간 등의 분석가들은 올해나 내년 미국에 불황이 닥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시장 불황은 다른 위험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불황을 맞은 미국이 무역전쟁을 본격 재개할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중국은 기업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세계 경제의 주요 성장 엔진이 타격을 받게 된다.

그래서 신흥국 경제가 안도할 상황은 얼마 가지 않을 공산이 크다. 미국의 정책 행보와 중국의 성장 전망이 아직 불투명해 신흥국들이 경제 위기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안도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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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