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업체가 주도하는 금융혁신인 ‘테크핀(techfin·기술금융)’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한경 보도(4월 15일자 A1, 12면)다. 카카오페이 등 IT업체들이 대출, 결제, 송금 등 전통적인 금융서비스는 물론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등으로 급속히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소비자 편의에 초점을 맞춘 테크핀의 새로운 서비스들이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 패러다임을 서서히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크핀 대표주자인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을 플랫폼으로 활용해 빠르게 기존 금융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최근 체크카드 출시 1년여 만에 100만 장 발급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지난해 인수한 증권사(바로투자증권)를 통해 조만간 자산관리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국내 모바일 간편송금 1위인 토스는 펀드·대출상품 판매, 해외 주식투자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회사 설립도 추진 중이다. 자산관리 앱(응용프로그램)인 뱅크샐러드, 안다 등은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IT기업발(發) ‘금융빅뱅’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구글·아마존, 중국 알리바바 등은 IT·금융 간 경계를 허물며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축적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료분야 등으로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테크핀을 4차 산업혁명 시대 신(新)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선(先)허용-후(後)규제’로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한국의 금융빅뱅은 경쟁국들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기술력을 갖췄지만,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 출현을 가로막는 업역 장벽에 가로막힌 탓이다. 비금융회사가 은행 지분 4%(인터넷전문은행은 34%)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은행법의 ‘은산분리’ 규제가 대표적이다. 금융회사가 핀테크 기업 등을 인수하는 것도 사실상 금지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이 융·복합을 통해 차별화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내놓기 힘들다. 정부가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일부 규제를 푼다고 해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카카오페이 등의 금융혁신 실험들을 신산업 마중물로 육성하려면 테크핀 시대에 역행하는 낡은 은행법부터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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