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개선은커녕 벼랑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과 개별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주말 일제히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관계 개선 의지가 느껴지지 않아 건설적인 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항간에는 일본의 반응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와 관련, 세계무역기구(WTO)가 최근 한국 손을 들어준 데 대한 보복 조치라는 관측도 있다.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을 계기로 악화되기 시작한 한·일 관계는 양국 정치인들이 이를 국내 정치용으로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점점 더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관계 악화는 두 나라 모두에 손해다. 양국은 서로에 3대 교역상대국이다. 상호 경제 보복이 현실화하면 모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이미 양국 간 교역이 감소하는 등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얽힌 실타래도 경제를 통해서 풀어나가는 게 순리다. 그런 점에서 재계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양국 경제인들 간 교류 증대 노력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SETO포럼(한·일 우호관계 회복을 위한 전문가 포럼)은 어제 ‘한·일 관계 진단 전문가 긴급좌담회’를 공동으로 열었다. 전경련은 정·재계 지도자 교류 강화, 정부와 기업 참여 재단 설립을 통한 법률적 화해 추진 등을 통해 관계 정상화를 이뤄나가자고 제안했다. 11월에는 한·일 재계회의를 열어 일본 정·재계 인사들과 소통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재계 인사들은 지난 3월에도 주요 20개국 경제계 협의체(B20) 도쿄 서밋에 참석, 나카니시 히로아키 일본 게이단렌 회장,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등과 양국 관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과 회장단도 오는 7월 일본을 방문, 한·일 기업 간 교류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일본 측 호응도 없지 않다. 나카니시 히로아키 게이단렌 회장은 “한·일 관계가 어려울수록 민간교류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가 망친 양국관계를 이제부터라도 경제인들이 나서 적극 풀어보기를 기대한다. “한·일 관계가 좋았을 때 우리 경제도 좋았다”는 허창수 회장의 말을 새삼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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