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의원 등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노동조합 파업 때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일명 ‘노조 견제법’을 11일 발의했다.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등의 개정에 나선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 과정에서 ‘노조의 힘만 더 키울 것’이란 경영계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법안이라 주목된다. ‘보수’를 자임해 온 제1 야당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니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우리나라가 ‘노조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강성 노조가 득세한 것은 현행 노동관계법이 노조에 유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중 파업 때 대체근로자 투입이 전면 금지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노조는 일정 요건만 갖추면 사실상 1년 내내 파업도 가능하지만, 기업은 대응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조업 중단과 생산 차질로 손실이 나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에선 대체근로를 허용해 근로자의 단체행동권과 사업주의 영업권을 대등하게 보장한다. 노조가 툭하면 벌이는 사업장 점거 파업 역시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선 허용되지 않는다. 개정안은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폐지하는 방안도 담았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사업주에게 민사 책임만 지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형사처벌 규정까지 있어 노조가 이를 빌미로 고소·고발을 남발해 노사관계를 악화시켜왔다.

문재인 정부는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친(親)노조 정책을 잇따라 밀어붙였다. ‘촛불 청구서’를 내민 노동단체에 끌려다니며 노사관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었다. 해직자와 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ILO 핵심협약이 비준되면 아예 ‘뒤집힌 운동장’이 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는가.

대립적·갈등적 노사관계를 협력적으로 전환하려면 낡은 노동관계법을 손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근로자의 ‘노조할 권리’에 맞춰 사용자에게도 ‘기업할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 줘야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국회는 하루빨리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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