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내놨다. 2023년까지 62.7% 수준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끌어올리고 영·유아, 저소득층 등에 대한 건보 적용을 확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모든 MRI·초음파 진단 건보 적용, 통합의료 지원 체계 구축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문제는 재원조달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다. 정부는 추가 소요재정(41조5842억원)을 충당하기 위해 건보 적립금(20조5955억원)을 깨서 쓰고, 향후 5년간 건보료를 연평균 3.2% 올리기로 했다. 정부 계산을 따라도 ‘건보 버팀목’인 적립금이 2023년 11조807억원으로 반토막이 난다. 게다가 보장범위를 확대하는 ‘문재인 케어’가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건보재정이 8년 만에 적자(1778억원)로 돌아선 점을 감안하면 ‘건보 곳간’이 예상보다 빨리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 정부 때는 건보료를 매년 5%씩 올리고, 예산지원을 지금보다 늘려도 건보재정 파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구호로 내건 영국의 ‘의료복지 실험’ 실패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민보건서비스(NHS)를 통해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영국은 막대한 재정 부담과 의료 질 저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NHS 예산은 1140억파운드(약 170조원)로 중앙정부 예산의 약 15%에 이른다. 영국 정부는 NHS 적자를 메우기 위해 2023년까지 매년 200억파운드(약 30조원)를 쏟아부어야 한다. 향후 15년간 가구당 연 2000파운드(약 298만원)의 소득세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보고서도 나와 있다.

NHS 비효율과 재정난으로 의료 서비스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중장기 치료를 위한 NHS 대기자만 420만 명에 달했다. 구급차를 부르면 3~4시간 이상 걸리고, 간단한 수술도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하는 게 다반사다. “영국이 거대한 환자 대기소가 됐다”는 자조적인 푸념이 나올 정도다.

세계 최고 속도로 고령화와 출생률 저하가 함께 진행 중인 한국은 영국 사례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하루빨리 보장범위 확대 속도 조절에 나서야 건보재정 파탄으로 인한 공공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고 국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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