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뉴욕 타임스스퀘어가 주는 교훈
식당에서 음료수 하나에 빨대 두 개를 꽂고 친구와 함께 마셔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상대방이 마시기 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마시려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다 보면 식사를 마치기도 전에 음료수를 다 마셔버려 마지막엔 목이 멜 수 있다. 개별 경제주체가 자신의 만족만 고려하면 사회 전체의 효용은 줄어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우에 따라 개별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게 결정한 내용보다 국가 내지 지역사회 전체 차원에서 결정한 내용이 더 유효할 때가 종종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가 대표적인 예다. 타임스스퀘어는 수많은 영화관, 공연장, 호텔,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세계적인 명소다. 하지만 처음부터 관광객이 찾고 싶어하는 거리는 아니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뉴욕의 대표적 우범지대였다. 대낮에도 강도, 소매치기가 활개쳤고 불법적인 총기나 마약이 필요할 때 타임스스퀘어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뉴욕 시당국은 이런 타임스스퀘어를 정화하고자 10여 년 동안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늘날의 타임스스퀘어를 만든 것은 지역 상인들이다. 이들은 지역의 안전과 위생 상태를 비롯해 전반적인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상업지구개선(Business Improvement District·BID)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로 따지면 동대문 밀리오레, 용산전자상가 같은 곳의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해당 지역 상인이 주도해 설립한 관리단체다.

[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뉴욕 타임스스퀘어가 주는 교훈
타임스스퀘어에 처음 BID가 설립됐을 때 많은 사람이 주목한 부분은 ‘무임승차’ 문제다. BID는 해당 지역 상인들이 출자한 금액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굳이 돈을 내지 않더라도 옆에 있는 다른 상점 주인들이 출자해 상권이 활성화되면 자신도 그 혜택을 볼 수 있어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당시 뉴욕시 법은 누군가 BID를 조직하기 위해 해당 지역상인 중 60%의 동의만 받으면 나머지 사람도 모두 BID에 요금을 내도록 강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BID사업으로 해당 지역의 범죄 건수가 크게 줄었고, 상권 주변의 위생 상태도 현저히 개선됐다. 10여 년 이상 뉴욕 시당국에서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일을 지역 상인들이 이룬 것이다. 이처럼 공유자원의 문제를 집단지성으로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정부의 도움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해관계자들의 견실한 참여만 유도해도 쉽게 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