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권력과 골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잘 알려진 골프광이다. 직접 소유한 골프장만 17곳에 이른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 등과도 종종 라운드를 즐긴다. 스스로 밝힌 핸디캡은 2.8.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첫손에 꼽히는 실력이다. 하지만 믿기 힘들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전 칼럼니스트 릭 라일리는 트럼프를 향해 ‘골프 사기꾼’이라는 독설을 날렸다. 라일리는 《속임수의 제왕: 골프는 트럼프를 어떻게 설명해 주는가》라는 책에서 트럼프의 속임수를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헤엄치는 것에 비유했다. 자연스럽게 속임수를 쓴다는 의미다.

뉴욕 윙드풋골프클럽 캐디들이 트럼프를 ‘펠레(브라질 축구영웅)’라는 별명으로 부른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다음 샷을 날리기 쉽게 자신의 골프공을 발로 차 페어웨이로 올려놓는 일을 자주 한다는 것. 2017년 우즈와 골프를 쳤을 때는 한 홀에서 두 번이나 공을 물에 빠뜨리고도 이를 타수에 넣지 않았다고 한다. 그린에 올라온 상대의 공을 벙커 쪽으로 집어던진 일도 있었다. 라일리는 “트럼프의 속임수를 증언한 명사들은 셀 수 없다”며 “트럼프가 나이에 비해 잘 치는 골퍼긴 해도 핸디캡 2.8은 조작의 산물”이라고 꼬집었다.

골프 규칙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골프를 친 미국 대통령이 또 있다. 빌 클린턴은 멀리건(실수한 샷을 벌타 없이 다시 치는 것)을 남발해 ‘빌리건’이라는 달갑잖은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주머니에 공을 2~3개씩 넣고는 티샷이 마음에 안 들면 동반자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두 번 세 번 샷을 다시 했다. 그렇게 해놓고는 “오늘 몇 타를 줄였다”고 큰소리를 쳐 동반자들의 쓴웃음을 자아내곤 했다.

클린턴의 엉터리 골프 매너 소식을 들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이런 충고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보게 빌, 나는 골프는 치지 않지만 권력의 생리는 잘 안다네. 지금은 자네가 대통령이니까 골프룰을 어겨도 동반자들이 참아주지만, 백악관을 떠난 뒤에는 그런 매너를 용납하지 않을 걸세.” 카터 전 대통령의 충고는 이렇게 이어졌다고 한다. “지금부터라도 퇴임 후를 대비한 정상적인 골프를 치도록 하게나.”

대통령의 골프 습관은 정치성향과 닮아 있다. 트럼프의 ‘내 맘대로 골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미·중 무역분쟁을 벌이고 멕시코 국경장벽을 쌓는 그의 ‘독불장군식’ 행보를 연상시킨다. 트럼프뿐 아니다. 크고 작은 권력을 거머쥔 사람들은 골프를 칠 때 그 권력을 이용하려 드는 속성이 있다. “골프는 마치 자전거용 바지와 같다. 사람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게 라일리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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