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어제 공개한 고위 공직자 재산 등록 현황에 따르면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과 중앙부처 장·차관 86명 가운데 25명(29.1%)이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집을 두 채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46명 중 13명(28.3%)이, 장관은 18명 중 6명(33.3%)이 다주택자였다. 일반 국민 다주택자(14.3%)보다 훨씬 많다.

다주택을 보유한 고위 공직자들은 “살던 집이 안 팔렸다” “지방 근무로 불가피하게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등 여러 이유를 대고 있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 다주택자들의 투기 수요 때문이라며 이들에게 각종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펴 온 정부에서 정작 많은 공직자가 다주택자로 남아 있는 것은 이율배반, 요즘말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는 건 불륜)’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국민들에게 “사는 집이 아니면 좀 파셨으면 한다”고 했던 정부다. 특히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는 청와대 정책실의 다수 참모와 부동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고위공직자의 40%가 다주택자라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는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 7월 25억7000만원 상당의 서울 흑석동 재개발 구역 내 건물을 매입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물러나면 살 집”이라며 투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당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지역에 현직 청와대 대변인이 자신의 전 재산을 웃도는 거액의 빚을 안고 건물을 매입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투기 의혹을 살 만하다.

정부 정책방향과 어긋나는 고위 공직자들의 이 같은 행태는 국민의 정책 불신을 부르고 정책 추진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벌써 ‘공직은 유한하지만, 부동산은 무한하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정책이 신뢰를 받으려면 고위 공직자들부터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