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물량 줄일 수밖에…" 기업 경쟁력까지 꺾일 위기
골프용품 업체 볼빅 직원은 200명이다.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대상이다. 준비를 위해 올초 주당 근무시간을 68시간에서 10시간 줄였다. 문경안 볼빅 회장은 벌써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직원들이 급여를 더 많이 주는 회사로 옮길까 우려된다”며 “잔업이나 야근을 많이 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임금이 깎이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 전체 직원 중 120명이 생산직이다. 회사에서 계산을 해봤더니 타격이 크다. 68시간 근무할 때 평균 4500만원인 임금이 52시간을 적용하면 1000만원가량 줄어든다. 직원들이 버티기 힘든 수준이다.

볼빅뿐만이 아니다. 수도권 한 사무가구업체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 관공서로부터 발주받아 일하기 때문에 일이 몰리면 법을 어길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근로자의 일할 의욕, 기업인의 기업하겠다는 의지를 동시에 꺾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장을 해외로 옮길까도 생각하고 있다. 솔직한 심정은 다 팔아 돈은 자식한테 주고 때려치워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고 이 얘기를 다시 하겠다고도 했다.

볼빅과 사무가구업체 모두 50인 이상~300인 미만이어서 내년 초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받는다. 두 회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아예 손을 놓고 있다. 한 영세 제조업체 사장은 “제도 시행이 임박했다고 하지만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장들이 더 많다. 어떤 사람은 생산량을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고 회사를 매각할 궁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이 200여 명인 수도권 아웃도어업체 A사는 주력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노이 인근에 공장 부지를 매입해 내년 초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이 회사 대표는 “업무 특성상 1년 중 절반은 바쁘고 절반은 좀 여유로운데 내년 주 52시간 근로체제에서 법을 지키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차라리 공장을 해외에 두는 게 속 편해 이전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용인시에 있는 누전차단기업체 대륙은 수출 물량을 줄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전체 매출 400억원 중 100억원을 수출로 거둬들이고 있다. 수출 제품은 높은 품질과 함께 기한 엄수가 중요하다. 납기를 지키지 못하면 배상청구를 당할 수도 있다. 김덕현 대륙 대표는 “수출 물량 출하를 앞두고 야근을 했는데 앞으로는 못할 것 같다”며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물량만 수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진수/심성미 기자 true@hankyung.com